[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90] 왜 ‘바이(bye)’를 ‘부전승(不戰勝)’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5-18 07:05
조코비치는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ATP 마스터스 1000 로마오픈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3위·불가리아)를 2-1(6-3 4-6 6-1)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1회전은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사진은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코비치는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ATP 마스터스 1000 로마오픈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3위·불가리아)를 2-1(6-3 4-6 6-1)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1회전은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사진은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토너먼트 대진표를 보다보면 간혹 영어 단어 ‘바이(bye)’를 만나게 된다. 상대 팀이나 선수 이름은 있는데 그냥 ‘바이’라고만 된 경우다. 대진표 볼 줄 아는 이는 금방 이 말이 부전승임을 안다. 하지만 잘모르는 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영어로 ‘안녕’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를 왜 대진표에 썼나 하고 궁금해 할 수 있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bye’는 16세기 부차적이거나 부수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의미로 연결형 전치사로 사용했다. ‘by’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바이’의 번역어인 부전승은 한자어이다. ‘아닐 부(不), ’싸움 전(戰)‘, ’이길 승(勝)‘이 합쳐진 말로 실제 경기를 하지 않고 이긴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 선조편에 왜군에게 싸우지 않고 군사 정보를 줬다는 혐의로 문초를 당한 김덕회(金德澮) 기사에 딱 한번 나온다. 스포츠 용어로 부전승이라는 말을 쓴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영향을 받으면서 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21년 6월24일자 ‘소년단(少年團)의야구회(野球會)’ 기사는 ‘죠션에셔쳐음보는 쇼년의야구대회는 작일부터개전되여 부내뎡동배재학당 □동장에셔 작일부터 죠션쇼년『야구』내회를 시작하얏는대 참가한 단톄는 십사단톄로 수원과 평양에셔도 참가하얏스며 예뎡과갓치작□오후한시부터개전이시작이됨애 쇼년들의 긔상은 무쇠의골격과들의근육으로써 태산은입으로 물듯하고 태평양을 문지방을건널듯하야폐ㄹ 々뛰며 서로우ㅅ는낫할가지고 우승긔는내것이다 거기 기만히 두어라하는듯하야 참으로처음보는것 라□삼사쳔명의 관즁은셔로져것보게 잘도한다하는쇼대며 박수하는소래에 정신을일을 디경하엿스며 그단톄와경슴의상대는아래와갓더리
보성초등학교(普成初等學校) 일(一),중앙주일학교(中央主日學校)수원상업강습소(水原商業講習所) 이(二),평양창전리주일학교(平壤倉田里主日學校) 정(貞) 동주일학교(洞主日學校) 삼(三),장훈학교(長薰學校)사(四),사성서부전승(四城西不戰勝) 이상제일일개전(以上第一日開戰) 오(五),외인학교(畏仁學校) 협성보통학교(協成普通學校) 육(六),보성중학교(普成中學校) 광(廣) 남주일학교(南主日學校) 칠(七),신명학교(新明學校)석(石)□□□ 팔(八),배재학교(培材學校) 중앙상업보통학교(中央商業普通學校)’이라 전했다.

테니스 등에서 갖는 토너먼트 대회는 참가자 수가 2배수가 아니면 대진표를 짜는게 힘들다. 그래서 짝이 맞지 않은 선수나 팀을 그대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켜 대회 진행을 순조롭게 만든다. 영어 ‘bye’는 ‘남아서 나갈 차례를 기다린다(be left to stand bye)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테니스 대진표에서 바이를 배치하는 방법은 양끝에서부터 점차 중심을 향해 배치한다. 첫 바이는 최하단부에 두고, 다음 바이는 최상단부에 두는 식이다. 예를들면 27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경우 바이에 필요한 5명은 31번, 2번, 29번, 4번 및 27번으로 배치한다. 전체 참가자 수보다 많되 그 수에 가장 가까운 2의 누승의 수에서 참가자 수를 뺀 수가 부전승자 수가 된다.

영어 ‘bye’는 종목 특성에 따라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 미국 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bye’는 초창기 야구에서 네개 베이스 중 하나를 의미했다. 크리켓에선 타수아 ‘위켓 키퍼(wicket keeper)’측을 넘은 볼에 의해 얻은 득점을 뜻한다. 골프에선 매치 플레이 대진 추첨에서 1회전에서 부전승으로 2회전에 진출하는 것과 함께 ‘bye hole’의 생락된 말로 쓰이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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