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08] 탁구에서 왜 ‘개인전’이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6-05 06:53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26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전지희, 신유빈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유 회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개인전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26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전지희, 신유빈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유 회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개인전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우리나라 탁구는 유남규, 현정화, 양영자, 유승민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며 중국과 함께 강국으로 위용을 떨쳤다. 유남규는 탁구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김기택을 물리치고 개인전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울올림픽에서 현정화는 양영자와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유승민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당시 세계랭킹 4위였던 왕하오를 세트 스코어 4-2로 꺾고 서울올림픽이후 16년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체전을 사상 처음으로 석권하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한국은 이후 개인전에서도 중국과 자웅을 겨를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본 코너 1007회 ‘탁구에서 왜 ‘단체전’이라고 말할까‘ 참조)

개인전(個人戰)은 영어 ‘individual event’를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낱 개(個)’, ‘사람 인(人)’ ‘싸울 전(戰)’이 합해진 말인 개인전은 개인 대 개인으로 하는 운동 경기를 의미한다. 단체전의 반대말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individual’이란 '나누다'라는 뜻의 ‘divide’에 부정 접두사 ‘in’이 붙은 단어이다. 나누지 못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indiciduus’가 어원이다. 메이지 시대 이전에 일본어에는 '개인'이라는 말이 없었다. 메이지 10년인 1877년 일본의 번역가 핫토리 토쿠가 번역한 프랑스 정치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민약론’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 다음해인 1878년 타카하시 타츠로의 '미국 법률 원론'과 아오키 니스케가 번역한 ‘정체론’ 등에서도 개인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현재의 '개인'이라는 의미는 근대 이후 형성된 단어에 가깝다. 과거 조선시대까지는 ‘個人’이라는 단어 보다는 ‘箇人(개인)’을 주로 썼으며, 그 의미도 현대의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그냥 한자 그대로 의미인 '각각의 사람들을 가리킬 때 썼다. '개개인'의 의미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본 코너 886회 ‘체조 ‘개인전’에서 ‘개인(個人)’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event’는 결과를 의미하는 라틴어 ‘eventus’가 어원이며, 16세기부터 영어에서 차용했다. 1865년부터 스포츠에서 경기나 단일 대회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선 개인이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를 통해서 들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20년 3월9일자 ‘현재회사은행(現在會社銀行)’ 기사는 ‘조선(朝鮮)의 사업회사(事業會社)난익(益)々속출(續出)하야 신문지상(新聞紙上)에 난일일(一日)이라도 회사(會社)□가(可)의기사(記事)를 견(見)치못하난 일이무(無)□야 실(實)로남흥(濫興)이라위(謂)할만한상(狀)□□대기중(其中)에난 개인사업(個人事業)이 회사(會社)로 화(化)한것도유(有)하며 우회사(又會社)를 창립(創立)한후 자본가(後資本家)를 규합(糾合)한 것도유(有)하야 회사(會社)의남흥(濫興)은 시류(時流)라위(謂)할지오 조선경제계(朝鮮經濟界)를위(爲)하야파(頗)히우려(憂慮)한현상(現象)이라하겟도다 금(今)에 조선은행조사(朝鮮銀行調査)에계(係)한 일월말현재(一月末現在)의 은행회사총수(銀行會社總數)난 사백오(四百五)요 불입자본총액(拂込資本總額)은 일억일천칠십륙만륙천오백팔십원(一億一千七十六萬六千五百八十圓)인대 차(此)를조직별(組織別)로표시(表示)하면여좌(如左)하도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창간하던 1920년에 ‘개인’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탁구에서 개인전은 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으로 구분한다. 단체전은 출전권을 국가별로 배정하는데 반해 개인전은 선수들에게 출전권을 준다. 올림픽에서 개인전은 남녀 개인과 혼합 복식 등 금메달 3개가 걸려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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