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는 격렬한 격투기 종목이지만 예의를 매우 중시한다. 유도 경기를 시작할 때, 상대방과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다. 경기를 한 뒤에도 승패가 결정되면 상대와 인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유도에서는 이를 ‘예시예종(禮始禮終)’의 인사법이라고 한다. 이 말은 ‘예도 예(禮)’와 ‘처음 시(始)’, ‘끝낼 종(終)’자를 써서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뜻인데, 유도 뿐 아니라 검도, 가라테, 태권도 등에서 즐겨 쓰는 단어이다. 일본식 한자어로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검색되지 않는 말이다.
일본대사전에 따르면 ‘예시예종’은 ‘일본 현대 가라테의 아버지’라 불린 후나고시 기친(1868-1957)이 제창했다고 한다. 가라테 중 가장 수련자가 많은 ‘송도관류(松濤館流, 쇼토칸류)의 창시자인 그는 송도관 이십훈의 제1조에서 ‘가라테는 예로 시작하고 예로 끝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이 말은 원래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나타내는 무사도의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일본 메이지 시대와 다이쇼 시대에 걸쳐 활동했던 사상가 니토베 이나조(新渡戸稲造, 1862-1933)는 영문으로 쓴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 ‘무사도’에서 일본 벚꽃과 함께 무사도를 ‘일본의 국토에 피는 고유의 꽃’이라고 평가했다. 무사도 에 대한 이론적인 토대를 세운 니토베는 일본 화폐 5000엔권(1984-2007년 발행)에 한때 그의 초상이 실려 있었다. (본 코너 1237회 ‘유도와 일본 ‘무사도’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참조)
유도, 검도를 비롯한 무도는 일본 무사도의 정신을 이어받아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히 여겼다. 특히 유도는 예의, 예절을 갖추고 경기에 임하는 것을 승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유도인들은 종주국 일본의 영향으로 유도가 예의를 배우고 정신을 수련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유도 입문자는 물론 유도 고단자들에게도 유도의 기본 예절로 ‘예시예종’이라는 말을 생활하는데 집중했다. 국내 유도 도장이나 유도 수련장에 ‘예시예종(禮始禮終)’이라는 문구가 걸려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예시예종(禮始禮終)’이라는 말로 인해 유도는 전 세계적으로 예의를 나타내는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