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43] 유도는 ‘무도(武道)’인가, ‘교육(敎育)’인가

김학수 기자| 승인 2024-10-22 06:56
유도는 무도이면서 교육적 측면을 갖고 있다. 사진은 국내서 벌어진 국제유도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도는 무도이면서 교육적 측면을 갖고 있다. 사진은 국내서 벌어진 국제유도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위에서 본 많은 전문 유도 선수들은 대개 단단한 체격을 갖췄다. 탄력있는 몸과 근력으로 상대를 손쉽게 매칠 수 있는 ‘무도’의 위엄을 보여준다. 실제로 유도의 고수들은 압도적인 무공으로 힘을 과시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유도는 태권도, 검도 등과 함께 ‘무도스포츠’로 불린다. ‘무도(武道)’라는 말은 한,중,일 등 동양 3국에서 오래전부터 쓰던 한자어이다. ‘호반 무(武‘)’자와 ‘길 도(道)’가 합쳐져 싸움의 기법을 몸으로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올바른 길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무도는 영어로 ‘Martial Arts’라고 번역한다. ‘Martial’은 로마 신화 전쟁의 신인 ‘Mars’에서 유래한 단어로 전사나 전쟁과 관련된 말이다. ‘Martial Arts’는 전사가 되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무도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선 신라시대부터 사용했다. 신라 중대 김대문이 지은 ‘화랑세기(花郎世記)’에 따르면 ‘화랑도 중 신선의 도를 중시하는 선도(仙道)와 궁마를 단련하는 등 군사적인 훈련을 하는 것을 무도(武道)라고 한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무도라는 말이 세종, 세조, 고종 실록 등에 4번 나온다.
하지만 무도라는 용어는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는 현재와 같이 무술이나 무예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다. 무사로서의 길이나 생활방식 등을 의미하는 말로 많이 쓰였다. 일본백과전서에 따르면 오늘날 사용하는 무도라는 개념은 일본 다이쇼 후기(1918-25년)에 유도, 검도, 궁도를 총칭하는 것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메이지말기부터 무술은 전투기술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심신 단련이나 교육적 효용을 중시하는 풍조가 나타났다. 특히 서구스포츠를 배우면서 이에 대항하며 주체적으로 무술을 활용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무도라는 개념을 세우게 됐다는 것이다. (본 코너 562회 ‘왜 태권도를 ‘무도(武道)’라고 말할까‘참조)

1882년 가노 지고로가 일본의 여러 전통 유술을 통합해 ‘유도(柔道)’라는 명칭을 처음 지었을 때,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가노는 유도의 궁극적인 목표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유도의 교육적 잠재력을 강조했다. “하늘 아래에서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덕이 있는 사람의 가르침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사람이 제대로 배운 것은 백 명에게 전달될 수 있다”며 가노는 교육의 중요성을 말했다.

‘교육(敎育)’이라는 말은 한중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한 한자어이다. ‘가르칠 교(敎)’와 ‘기를 육(育)’자를 써서 지식을 가르치고 품성과 체력을 기름다는 의미이다. 일본에서 메이지 시대 문명 개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영어 ‘Education’을 교육이라는 말로 번역했다. 원래 ‘Education’의 동사형 ‘Educate’의 어원은 라틴어 ‘Educatus’로, ‘E’는 ‘밖으로’를 의미하는 접두어이며‘Ducere’는 ‘지도한다’라는 의미이다. ‘안에 있는 능력을 밖으로 도출한다는 뜻인 것이다.

158cm의 왜소한 체격의 가노는 ‘무도인’이라기 보다는 ‘교육자’였다. 가노는 유도 뿐 아니라 일본 스포츠, 교육 분야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쓰쿠바 대학의 전신인 도쿄 고등사범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육상, 수영, 체조, 야구 등 보급에 앞장섰다. 도쿄 고등사범학교(현 쓰쿠바대) 교장으로 있을 때, 일본 국민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를 교사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본 코너 1232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郎)는 왜 일본 유도의 아버지로 불리나참조)

우리나라 유도는 일본의 영향으로 초창기 무도적인 측면보다 교육적인 측면이 더 강조됐다. 대한유도학교(현 용인대)는 1953년 6월 15일 상무정신(尙武精神)에 입각한 건실한 체육 지도자 양성과 국가와 민족의 건강을 진작시킬 수 있는 체육연구를 위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설립됐다. 유도 명문고 대구 계성고, 경기 비봉고 등은 재학생들에게 유도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유도는 무도이면서 교육적인 기본 성격을 갖췄다는 말을 듣는다. 일본에서 시작해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면서 유도는 심신을 단련하는 무도적인 성격과 함께 스포츠맨십이 깃든 교육적인 측면으로 세계적인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따라서 유도는 무술과 교육의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모두 섭렵한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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