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41] 유도에서 ‘10단’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10-20 07:40
대한유도회가 주최하는 국내유도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유도회가 주최하는 국내유도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유도의 전설 신도환(1922~2004년)씨는 생전 ‘유도 10단의 로맨티스트’로 불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2010년 출간된 평전 제목도 별명을 그대로 썼다. 그는 정치인, 체육인으로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체육인으로서 대한유도회 회장, 유도고단자회 회장, 대한체육회 고문, 체육인동우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 한국의 유도발전에 힘쓴 공로로 유도 10단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유도 10단에 오른 생전의 석진경 선생(오른쪽).
국내 최초로 유도 10단에 오른 생전의 석진경 선생(오른쪽).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도 10단에 오른 이는 석진경(1912~1990년)선생이다. 한국 최초의 유도 9단으로 해방이후 유도 발전에 기여한 석 선생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대한유도회로부터 10단증서를 수여받았다. 석 석생의 아호는 유도의 성인이라는 뜻으로 ‘유성(柔聖)’이었다.
유도에서 10단은 유도인들에게 ‘신의 경지’로 존경받는다. 유도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생전에 10단에 오른 이는 미후네, 고다니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10단은 유도의 본질인 부드러움을 가장 잘 구현하는 ‘원(圓)’의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받을 자격이 있다. (본 코너 1231 ‘왜 ‘유도(柔道)’라고 말할까‘ 참조)

원래 단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먼저 쓴 한자어로 층계 단()’자를 쓴다. 한자어 사전에 따르면 ()’자는 금석문자를 보면 암벽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과 몽둥이 수()가 그려져 있었다. 돌을 망치로 두드려 깎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절단하다단련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은 돌을 깎는 모습에서 나온 때문이다. 후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에서 조각이나 단편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또 돌을 깎은 것이 마치 계단과 같다해서 층계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본 코너 565회 '태권도에서 왜 ‘단(段)’이라는 말을 할까' 참조)

유도 창시자 가노 지고로는 1883년 단이라는 등급제도를 만들었다. 그는 일본 바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등급이라는 뜻을 가진 ‘단(段)’이라는 제도를 채택, 선수들의 실력 수준을 구분했다. 당시 9단이 최고 등급이었다. 또 가노는 1886년 수영 선수들이 상위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허리에 검은색 리본을 두르는 것을 보고 단 벨트를 검은색으로 결정했다. 유도 단 벨트가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1907년 가노가 현대식 흰색 도복을 도입하면서부터였다.

1997년 국제유도연맹으로부터 10단을 수여받는 영국의 찰스 팔머가 빨간띠를 맨 모습.[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1997년 국제유도연맹으로부터 10단을 수여받는 영국의 찰스 팔머가 빨간띠를 맨 모습.[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국제유도연맹은 1952년 선수 수준에 따라 허리에 매는 색 띠 7가지를 채택했다. 최고 단은 검정 띠이지만, 1단부터 10단까지 다시 세분화시켰다. 일본에서는 6단~8단은 빨간 띠와 하얀 띠, 9단~10단은 빨간 띠로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2가지로 세분화했다.

유도 10단은 영어로 ‘10th Dan’이라고 쓴다. 국제유도연맹은 국제유도 발전에 헌신한 이들에게 10단을 수여하는데,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 출신인 독일의 피터 헤르만이 10단이 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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