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뼈아픈 건 집중력의 상실이었다. 실책이 쌓일수록 선수단의 의지도 눈에 띄게 꺾였다. 믿었던 투수 감보이가 무너진 뒤엔, 팀 전체가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롯데는 달랐다. 2024년 6월 KIA전에서 1-14로 뒤지던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집요하게 추격하며 결국 15-15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그날 경기는 '15-15 대첩'으로 불렸고, 롯데는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팬들은 패배보다도 그 끈질긴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여기엔 지도자의 책임이 무겁다. 한 롯데 팬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김태형 감독은 '버릴 경기는 버리는 게 다음 경기에 도움이 되더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롯데 팬은 "지금 '버려도 되는 경기'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가을야구 진출을 두고 피 말리는 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 경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시즌 전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지도자의 이런 철학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다. 감독이 스스로 '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 선수들은 끝까지 싸울 이유를 잃는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이쯤에서 끝내도 된다'는 잘못된 마인드를 드러냈고, 실책과 무기력한 플레이로 이어졌다.
시즌 초에는 버려야 할 경기는 버리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김 감독의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발언의 취지가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한 요기 베라의 말은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를 상징하는 진리처럼 회자된다. 작년 롯데는 이 말을 몸소 증명했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감독부터 선수까지 이 진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아직 27번째 아웃카운트가 잡히지 않았는데도, 이미 경기를 끝내버린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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