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형 씨가 근무하는 1층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안기형]](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905592009453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안 씨의 이력은 ‘성실’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국가대표 은퇴 후 현대모비스에서 37년간 근속하며 정년퇴직을 맞았고, 이후에도 시각장애인 마라톤 가이드 러너와 문화재 해설사로 봉사하며 사회와 호흡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선택한 보안 업무 역시 그의 굳건한 체력과 책임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도전이다. 빌딩 관계자 역시 “국가대표 시절의 강인한 정신력과 규칙적인 태도가 안전한 환경 조성에 큰 신뢰를 주고 있다”고 평했다.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수많은 체육인들 사이에서 안기형 씨의 오늘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는 “경기장에서 국민을 위해 뛰었던 마음 그대로, 이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엘리트 체육인들이 평생 체득한 인내심, 위기 대처 능력, 그리고 신체적 강점은 단순한 개인의 자산을 넘어 사회적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이들의 전문성을 스포츠 행정, 지도자 혹은 그와 연관된 안전 및 교육 분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시스템이 부재하다. 안 씨의 사례가 유독 돋보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많은 국가대표 출신들이 은퇴 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기형 씨는 본인의 삶을 통해 “국가대표 정신은 어디서든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패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성공적인 삶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개인적 성취에 안도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안기형’들이 그들의 경험을 사회 적재적소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제복을 입고 빌딩 숲을 지키는 노장 마라토너의 꼿꼿한 뒷모습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국가를 대표해 달렸던 그들의 긴 레이스가 끝난 뒤,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어떤 트랙을 마련해주고 있는가.
![[특별 기고] 마라톤 국가대표의 ‘제2의 출발’, 그 건강한 땀방울 뒤에 남는 질문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9055937052145e8e9410871751248331.jpg&nmt=19)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