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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09] 북한 축구에선 왜 ‘롱패스’를 ‘긴공연락’이라 말할까

2025-11-19 05:54:39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5년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선수들이 지난 15일 평양으로 돌아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선수들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1면에 귀국 소식을 게재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5년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선수들이 지난 15일 평양으로 돌아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선수들이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1면에 귀국 소식을 게재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축구에선 ‘롱패스’를 ‘긴공연락’이라 부른다. 롱패스(long pass)는 말 그대로 먼(long) 거리로 보내는 패스(pass)이라는 뜻이다. 장거리로 연결되는 공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축구 전술이 분화될 때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축구(킥 앤 러시 스타일)에서 롱패스는 전방으로 빠르게 공을 보내기 위해 자주 사용된 기본 전술이었다. 이후 전술이 정교해지면서 ‘숏패스(short pass)’, ‘스루 패스(through pass)’, ‘에어리얼 롱패스(aerial long pass)’등 다양한 세부 개념이 생기며 기본 전술 용어로 완전히 정착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일제강점기 때부터 롱패스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9년 9월6일자 ‘모범(模範)할기술(技術)’ 기사는 ‘별항=백열전(백열전(白熱戰))으로계속되든『께임』을맛허보든『레프리』현정주(현정주(玄正柱))씨는말하되경거하기전에 때아닌 비가내리어운동장이 지러서두편다 만족한기술——잇는대로기술을발휘치못한듯한 늣김이잇는것은 유감이다조도뎐군이지기는햇스나『틤억』이난것과개인기술을버리고과학뎍으로 련락을취 하는것다시말하면뽈의 운반이 민속할뿐아니라『롱패스』가만어시간을속히리용하는것등은모범할만하엿는데이『께임』후반전에 잇서오분간 계속하야『꼴』을 두뎜이나 짓게한것은 틀림업시뽈의운반이 민속한데 원인이잇다고 아니할수업다 이외에도지드라도 락심(낙심(落心))치안코 최후까지 긴장한께임을 하는것등도배울만한일이다 돌이어 질때는익일때보다 용긔를 내이는것!또는 경기를점잔케 하는뎜은모다우리의 모범할것이라 밋고경신군의『쉬ㅅ틤』이묘한뎜은도뎌히 그네들이 따르지못할뎜이며 활발히 싸와모험뎍(모험적(冐險的))동작(동작(動作))을하는것은또한그네들이따르지못할것이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빗물로 운동장이 미끄러웠고, 개인기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롱패스를 자주 사용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담겨 있다. 1920년대 조선 축구에서도 ‘롱패스’는 이미 일반적인 전술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료이다.

북한 축구에서 ‘롱패스’는 ‘롱’은 ‘긴’으로, ‘패스’는 ‘공연락’으로 풀어서 말한다. 북한 축구에서 ‘패스’는 원래 ‘넘기기’ 또는 ‘연락’으로 번역된다. 이 말은 의미 구조를 그대로 풀어 적은 직역형 조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적 ‘문화어 순화 정책’을 통해 외래어를 줄였다. 특히 북한 축구 용어에는 기능 중심 조어가 많다. 이것은 “어떤 일을 하는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말들이다. 예를들면

‘프리킥’을 ‘벌차기’, ‘코너킥’을 ’모서리뽈‘ 또는 ’구석차기‘, ’골키퍼‘를 ’문지기‘, ’미드필더‘를 ’중간방어수‘, ’패스‘를 ’넘기기‘ 또는 ’연락‘이라고 말한다. ’롱패스‘ 역시 “멀리 공을 이어주는 동작”을 기능적으로 묘사하여 “긴공연락”으로 만든 것이다. (본 코너 1606회 ’북한 축구에서 왜 ‘코너킥’을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말할까‘, 1607회 ’북한에선 왜 ‘프리킥’을 ‘벌차기’라고 말할까‘ 참조)

‘연락’이라는 표현은 선수 간의 연결, 즉 협동·조직력을 강조하는 어휘로 자주 사용된다. 따라서 ‘긴공연락’은 단순히 길게 차는 기술이 아니라, 먼 거리의 조직적 연계 플레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북한은 축구도 “집단적 연계”의 스포츠로 이해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와 로동신문에서는 “왼쪽 측면으로의 긴공연락이 정확하였다”, “수비진에서 공격선에로의 길게하는 연락이 성공하였다”, “중간방어수의 기민한 공연락으로 공격이 시작되었다”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여기서 ‘연락’은 pass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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