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도쿄돔에서 열린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맞대결은 단순한 한 경기를 넘어 8강 티켓의 향방을 결정짓는 사실상의 생존 게임이었다.
6-2로 앞선 한국은 마지막 9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구가 투수 쪽으로 강하게 향했다.

9회 수비에서 류중일 감독은 박해민(LG 트윈스)을 중견수로 이정후를 우익수로 재배치했다. 이 결단은 곧바로 빛을 발했다.
호주 릭슨 윈그로브의 우중간 깊숙한 타구를 이정후가 어렵게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은 것이다. 안현민이 우익수로 남아 있었다면 잡기 쉽지 않았을 타구였다. 현장의 판단 하나가 8강 생존의 조건을 지켰다.
경기 후 펼쳐진 순위 경쟁은 더욱 극적이었다. 한국·대만·호주는 나란히 2승 2패를 기록했고 상호 전적도 모두 1승 1패로 동일했다. 타이브레이커는 동률 팀 간 맞대결에서의 '최소 실점률(실점÷아웃카운트)'로 넘어갔다.
놀랍게도 세 팀은 상호 맞대결에서 똑같이 7실점씩을 기록했다. 그런데 수비 이닝 수에서 차이가 생겼다. 대만은 호주에 8이닝(0-3 패), 한국과 연장 10회를 치르며 총 18이닝. 호주도 두 경기 합산 18이닝. 반면 한국은 대만전 연장 10회에 이날 9회까지 총 19이닝을 소화했다. 바로 이 '1이닝'의 차이가 최소 실점률에서 한국을 앞서게 만들었고 7실점이 동일한 세 팀 중 한국만이 마이애미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호주가 객관적 강팀 대만을 3-0으로 잡은 것도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만약 대만이 예상대로 호주를 제압했다면 한국은 8일 대만전 패배 시점에서 사실상 탈락이 확정될 수도 있었다. 예상 밖의 결과가 한국의 생존 방정식 자체를 바꿔놓은 셈이었다.
9회 실책, 수비 재배치의 적중, 1이닝의 수학적 우위라는 이 세 가지 행운이 동시에 맞아떨어진 이날 밤 한국 야구는 실력과 운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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