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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06] 북한 축구에서 왜 ‘코너킥’을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말할까

2025-11-16 15:59:12

북한 축구 응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축구 응원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축구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코너킥을 북한에선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말한다. 경기장 모서리에서 차올리는 공이라는 뜻을 풀어 조합한 표현이다. 영어 ‘코너킥(corner kick)’은 ‘corner’과 ‘kick’의 합성어이다. ‘corner’는 라틴어로 뿔, 각, 돌출부를 의미하는 cornu’에서 비롯됐다. 이 단어가 고대 프랑스어 ‘corne’, 중세 영어 ‘corner’을 거쳐 현대 영어로 정착했다. 원래 의미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 각진 부분’이다. 축구 경기장 네 모서리의 각진 지점도 해당한다. 자연스레 “경기장 구석”이라는 공간 개념으로 쓰이게 됐다.

‘kick’은 게르만계 고어에서 유래했다. 발로 차다, 거칠게 밀어내다는 의미인 고대 노르드어 ‘kikna’에서 출발해 중세 영어 ‘kikken’을 거쳐 현대 영어로 사용됐다. 중세 영어 시기부터 ‘발로 차다’라는 의미가 확립됐으며, 근대 스포츠에서 발로 공을 차는 동작을 설명하는 기본 용어로 자리 잡았다.

코너킥(corner kick)’이라는 표현은 19세기 후반 축구 규칙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생겼다. 1863년 영국 축구협회(FA)가 첫 공식 규칙 제정됐는데, 당시에는 코너킥 규정이 없었다. 1867년 셰필드 규칙이 생기면서 코너킥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수비 측이 공을 골라인 밖으로 걷어냈을 때, 공격 측이 코너 근처에서 다시 경기를 시작하는 규칙으로 채택됐다. 이후 국제축구평의회(IFAB) 규정에 포함되며 전 세계적 표준 용어화가 됐다.
북한은 외래어를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조선말의 구조로 의미를 재배열 한다. 그래서 ‘corner kick’의 두 요소, 모서리(corner)와 공(ball)을 조선식으로 풀어 하나의 명칭으로 만든다. 북한식 표현은 행위를 중심으로 명명하지 않고, 공간과 사물을 중심으로 부르는 경향을 보인다. 킥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모서리와 공이 차지한다. (본 코너 1581회 '북한은 문화어에서 스포츠 용어를 어떻게 바꾸었나' 참조)

남과 북은 같은 공 하나를 두고도 서로 다른 말을 붙인다. 축구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코너킥이 남한에서는 영어식 발음을 그대로 따르지만, 북한은 이를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부른다. ‘구석차기’는 동작 중심 표현이다. 구석에서 차는 행위라는 뜻이다. ‘모서리뽈’은 공 중심 표현이다. 모서리에서 나오는 공이라는 의미이다. 북한에서 두 용어를 기사·해설에서 장면 설명용으로 자주 쓴다. 북한 중계에서 “왼쪽 모서리뽈이 올려졌다”는 문장은 위치·상황·행위가 한 번에 그려지는 구조를 가진다. 남한은 영어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개방성 속에서 국제 소통을 확보하는데 반해, 북한은 자기 체계 속에서 내부 일관성을 추구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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