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꺾은 뒤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북한 U-17 여자 대표팀 [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140606440556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수비수’는 영어 ‘defender’를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이 단어는 ‘수비(守備)’ 와 ‘수(手)’ 로 이루어진 복합어이다. 지키는 임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근대 축구 용어는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일본에서는 ‘디펜스(defense)’를 번역할 때 ‘守備(しゅび, 슈비)’라는 한자어를 사용했다. 한국도 이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손 수(手)’자는 원래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거나 버릇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북한은 ‘수비수’를 ‘방어수’라고 말한다. 이 말은 ‘방어(防禦)’와 ‘수(手)’가 합해진 복합어이다. 방어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방어(防禦)’는 고전 한문과 조선시대 군사 문헌에서 매우 흔한 말이다. 원래부터 적의 침입을 막는 군사적 행위를 뜻했다. ‘수비(守備)’는 “지키기 위한 대비·준비”의 의미가 강하다면 ‘방어(防禦)’는 능동적으로 막고 저지하는 동작성이 더 강하다는 해석이다.
북한은 해방 이후 ‘조선어 정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외래 어휘를 없애고, 민족어 중심의 용어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특히 스포츠에선 일본식 군사용어를 회피북한식 군사 은유를 중시하는 체제 언어와 일치하려고 했다.
북한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집단주의·규율·전투적 정신을 상징하는 사회적 무대다. 경기 중계를 들어보면 ‘전법’, ‘진형’, ‘돌파’, ‘타격’과 같은 군사 용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방어수’는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 병력으로 인식되는 말이다. 이는 선수들을 전선에 배치된 병력처럼 설명하는 북한식 스포츠 담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또한 북한의 명명법은 행위 중심, 기능 중심이라는 점에서 매우 직선적이다. 남한이 축구 용어의 상당 부분을 국제 축구 규범(FIFA) 및 영미식 표현과 연동해 발전시킨 반면, 북한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춰 포지션 이름을 만든다. 공격을 수행하면 ‘공격수’ 또는 ‘타격수’, 중간 지대를 연결하면 ‘중간방어수’, 전체 흐름을 조정하면 ‘조정수’가 된다. ‘방어수’는 그런 언어 체계 안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말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 매체는 “방어수들의 단단한 진형 수립”, “방어 진지에서 보여준 헌신성”, “상대의 파상 공세를 몸으로 막아낸 방어수의 투혼”이라고 보도한다. 이는 스포츠 보도인지 군사 훈련 보도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북한의 ‘방어수’는 단순한 명칭을 넘어 시대와 체제, 언어 정책의 흔적을 담아낸 상징적 용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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