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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03] 북한에선 왜 ‘미드필더’를 ‘중간방어수’라고 말할까

2025-11-12 07:22:57

북한 U-17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9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꺾은 뒤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북한 U-17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9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꺾은 뒤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FI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북한축구에선 ‘미드필더(midfielder)’를 ‘중간방어수’라고 부른다. 축구 경기장을 2등분하는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중간에서 방어한다는 의미이다. 미드필더는 공격수보다는 방어수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에 맡는 위치에 방어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미드필더는 영어 가운데를 뜻하는 ‘미드(mid)’와 운동선수를 뜻하는 ‘필더(fielder)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가운데에서 뛰는 선수라는 뜻이다. 미드필드는 경기장의 중앙을 가리킨다. 센터 서클(center circle)을 중심으로 경기장 중앙 부분을 말한다. 한자어로 가운데는 ‘중간(中間)’이라고 쓴다. 본래 의미는 “경기장 가운데서 뛰는 사람”으로, 위치 중심의 명칭이다. 즉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서 공수를 연결하는 포지션을 가리킨다.

북한은 이를 직역하지 않고 ‘중간방어수’라 명명했다. 중간방어수는 한자어로 '중간(中間)'과 '방어수(防禦手)'의 합성어이다. ‘중간’은 중앙 지역을 뜻하고, ‘방어수’는 막는 사람, 곧 수비 기능을 맡은 선수를 의미한다. 단어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위치보다 역할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셈이다. (본 코너 310회 ‘미드필더(Midfielder)를 왜 ‘중원(中原)의 지휘자’라고 부를까‘ 참조)
북한의 ‘중간방어수’는 영어의 ‘midfielder’ 보다 오히려 ‘defensive midfielder(수비형 미드필더)’에 더 가깝다. 언어학적으로는 부분적 오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1960년대부터 중간방어수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3년 1월19일자 기사에서 ‘조선 축구 남자대표팀의 중간방어수(미드필더) 박남철 선수가 타이 1부리그의 SCG무앙통·유나이티드FC로 이적했다‘고 보도했다.

‘중간방어수’라는 말은 북한이 스포츠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격보다 방어, 개인보다 집단, 외래어보다 자립어를 중시하는 언어 속 이념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1950~60년대부터 북한은 외래어를 적극적으로 순화하는 ‘조선어 정화운동’을 벌였다. 영어·일본어식 용어 대신 우리말 어휘를 조합해 기능 중심으로 새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는 단순한 언어 순화 이상의 사상적 배경이 깔려 있다. 북한은 체육을 개인기보다는 집단적 조화와 방어의 조직력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포지션 명칭에서도 ‘공격’보다는 ‘방어’를 강조한다. 개인의 창의적 플레이보다 조직적 안정을 중시하는 체제의 시각이 언어에도 반영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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