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들과 야구 팬들은 묻고 있다. 이 자본이 매년 공중으로 흩어지는 대신, 해체 위기의 독립야구단을 지원하거나 유망주들을 위한 실질적인 육성 시스템에 투입되었다면 한국 야구의 지형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100억 원은 자생력을 갖춘 시민구단이나 기초 훈련 시설을 구축하기에 충분한 거액이다.
일각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미지명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등용문'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냉정하게 말해 프로그램의 서사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극소수의 선수가 드라마틱한 서사의 주인공이 되는 동안, 대다수 청년 야구인들은 여전히 훈련할 운동장이 없어 떠돌고 운영비 부족으로 팀이 해체되는 냉혹한 현실 속에 방치되어 있다. 예능의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남겨진 이들을 위한 '진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국 야구는 소수의 '부자 은퇴 선수'와 생계를 걱정하는 '무명 은퇴 선수'로 양극화되어 있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예능 출연료가 아니라 KBO 차원의 강력한 연금 시스템이다.
1,200만 관중이라는 기록적인 수치 뒤에는 아마추어 야구의 고사라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탕하는 예능에 쏟아붓는 자본이 미래의 주역을 키워낼 운동장과 모든 선수를 품어줄 복지 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 야구계가 매달려야 할 것은 '은퇴 스타들의 방송국 밥그릇'이 아니다. 매년 허공으로 사라지는 100억 제작비의 기회비용을 따져보고, 그 자본이 실질적인 인프라로 흐르도록 판을 짜는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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