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1210804390811391b55a0d5621122710579.jpg&nmt=19)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2015년 제1회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던 기억을 끝으로, 이후 벌어진 일본과의 국가대표 맞대결에서 굴욕적인 10연패를 당했다. 지난 해 11월에 치러진 평가전에서 가까스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11연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는 간신히 피할 수 있었으나, 한때 숙명의 라이벌이라 불리며 서로를 견제하던 양국 간의 실력 격차는 이제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현저하게 벌어진 상태다.
풀카운트는 20년 전인 2006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당시 일본 대표팀의 상징이었던 이치로가 남긴 이른바 '30년 발언'을 재조명했다. 당시 이치로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상대 팀들이 앞으로 30년 동안은 일본에 감히 손을 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면 한국 야구는 뼈아픈 세대교체의 실패와 국내 리그의 질적 저하라는 해묵은 과제 속에서 국제 대회마다 잇따른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으며, 이는 한국 야구의 경쟁력 약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거에는 이치로의 발언을 두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한국 내에서도 이제는 양국 사이에 가로놓인 거대한 실력의 벽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밤 한국 U23 대표팀이 U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일본에 0-1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파리 쇼크'에 이어 또다시 아시아 무대에서 굴욕을 맛보며 역대 최악의 암흑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단순한 스코어의 차이가 아니라, 일본이 고교생과 대학생이 포함된 2살 어린 U21 대표팀을 내보내고도 경기 내내 한국을 압도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한국 축구의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현재 한국 축구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소수 '황금 세대'의 개인 기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연령별 대표팀의 경쟁력은 일본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럽파 몇 명의 활약에 가려져 정작 밑바닥 시스템이 썩어가는 줄 몰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성인 대표팀마저 일본과의 격차가 30년 이상 벌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축구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축구협회는 2월드컵 우승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전 연령대에서 동일한 철학의 패스 축구와 압박 전술을 이식했다. 그 결과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유럽으로 진출해도 이를 대체할 자원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은 벌써 2028 올림픽과 차기 월드컵을 대비해 유망주들에게 조기 국제 경험을 부여하는 여유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당장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체계적인 육성 대신 선수의 개인 기량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한 경기 패배가 아닌, 한국 스포츠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은 철저한 분석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동안 한국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 손흥민이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은퇴한 뒤의 한국 축구가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이제는 누구도 낙관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혁신이 없다면 한국 축구는 일본의 등번호만 바라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이젠 축구마저 일본에 뒤지게 됐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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