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는 최근 팀 내 수비 효율성을 이유로 정들었던 중견수 자리를 해리슨 베이더에게 내주고 우익수로 이동했다. 이는 보스턴의 상징이었던 보가츠가 샌디에이고 이적 후 김하성에게 유격수 자리를 넘겨주며 2루수로 밀려났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중견수는 외야의 사령관이자 수비 비중이 가장 큰 포지션이다. 여기서 밀려났다는 것은 구단이 더 이상 이정후의 수비 범위를 리그 최상위권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신호다. 어깨 부상 이후 송구의 강도와 수비 지표(OAA)에서 하락세를 보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문제는 타석에서의 생산성이다. 보가츠가 당시 '비싼 2루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포지션 대비 기대치에 못 미치는 타격 때문이다. 이정후 역시 마찬가지다. 2025시즌 그가 남긴 2할 6푼대의 타율과 한 자릿수 홈런은 1억 달러 몸값의 타자에게 기대하는 수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사 각도를 확보하지 못하며 땅볼 비율이 높아졌고, 이는 장타력 실종으로 이어졌다. 현대 야구에서 우익수는 강력한 장타력을 요구받는 포지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똑딱이'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는 이정후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고액 연봉자가 포지션을 옮기고 성적까지 정체되는 시나리오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바람의 손자'라는 이름값을 회복하며 반전의 드라마를 쓸지, 아니면 몸값의 무게에 눌려 보가츠의 뒤를 따를지, 야구 팬들의 시선이 그의 방망이 끝에 쏠리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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