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레저이야기] 도파민 디톡스: 숏폼을 끄고 ‘느린 즐거움’을 켜야 하는 이유](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09095142056896cf2d78c681439208141.jpg&nmt=19)
△ 뇌가 비명을 지른다,
스마트폰을 통한 수동적 소비는 우리 뇌에 ‘디지털 설탕’을 들이붓는 것과 같다. 도파민은 본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분비되는 귀한 호르몬이다. 하지만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쏟아지는 과잉 도파민은 뇌의 보상 체계를 순식간에 고장 낸다. 우리 뇌는 과부하를 막기 위해 스스로 도파민 수용체의 수를 줄여버린다. 이를 ‘하향 조절(Down-regulation)’이라 부른다. 쉽게 말해 뇌가 너무 큰 소음에 노출되자 스스로 귀를 막아버리는 셈이다. 수용체가 줄어들면 웬만한 자극으로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쾌락 불감증’ 상태에 빠진다. 주말 내내 스마트폰을 봐도 월요일이 피곤하고 무기력한 과학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의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당신의 뇌가 과도한 자극에 지쳐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 ‘느린 즐거움’의 회로를 깨우는 법: 레저는 ‘뇌의 헬스장’이다.
△ 의지력을 이기는 ‘슬세권’ 레저 인프라의 힘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하려니 귀찮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우리 뇌가 ‘활성화 에너지’가 적게 드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손만 뻗으면 있지만, 산책을 위해 나가거나 가죽 공방, 배드민턴장, 골프장에 차를 타고 가야 한다면 뇌는 당연히 스마트폰을 선택한다. 생산적 레저가 삶에 뿌리내리려면,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리에 ‘레저 공간’과 ‘프로그램’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집 근처에 산책로와 흙을 만질 수 있는 공유 정원이 있고, 5분 거리에 악기를 배우거나 세대가 어우러지는 문화 센터가 있을 때, 뇌는 비로소 스마트폰을 드는 손을 멈추고 운동화 끈을 묶을 결심을 한다.
따라서 ‘레저문화 진흥’은 단순히 노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집 근처에 뇌를 건강하게 자극할 인프라를 깔아주는 ‘신경학적 안전망’ 구축 사업이다. 거창한 체육관도 좋지만, 동네 골목마다 숨 쉬는 산책로, 작은 공방과 쉼터가 AI 시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다.
△ 세대를 잇는 ‘아날로그 플랫폼’의 마법
레저문화 공간이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 관계가 살아난다. 동네 레저문화 센터에서 20대 청년이 70대 어르신에게 숏폼 편집 기술을 배우고, 어르신이 청년에게 인생의 낚시 채비법을 가르쳐주는 풍경을 상상해 보라. 오프라인 공간에서 마주 보는 눈빛과 비언어적 소통은 디지털이 결코 줄 수 없는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활성화를 이끈다. 옥시토신이 흐르는 현장에서 세대 갈등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린다. "요즘 애들은..." 혹은 "꼰대들은..."이라는 편견은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즐기는 과정에서 '우리'라는 유대감으로 치환된다. 이것이 바로 레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 자산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번 주 언제든 좋다, 당신의 뇌에 작은 선물을 하나 주자. 스마트폰과 잠시 거리 두기 실천으로 하루 딱 1시간만 스마트폰을 서랍 속에 넣는다. 동네 탐험을 통해 내 집 주변 1km 이내에 내가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거나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는지 직접 확인한다.
뇌의 주권은 AI나 알고리즘에 있지 않다. 주체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당신의 손끝에 있다. 당신의 뇌는 지금, 숏폼의 소음이 아닌 당신만의 리듬을 기다리고 있다. 리모컨을 내려놓고 뇌가 춤추는 진짜 필드로 나오라. 티오프는 이미 시작되었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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