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의 보상 회로가 가장 분주하게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이 시즌 개막의 설렘 앞에 언론은 매년 이맘때 습관처럼 같은 제목을 뽑아낸다. "골프장 내장객 3년 연속 감소." "불황 국면." 나는 이 제목들을 보며 커피잔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숫자는 맞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 뇌의 함정 — 첫 숫자가 세상을 왜곡한다
한국 언론이 박아놓은 앵커는 2022년 5,058만 명이다. 그 해가 기준이 됐고, 2025년 4,641만 명은 거기서 417만 명이 빠진 '추락'으로 읽힌다. 그런데 2022년이 정상이었는가?
그 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내 레저가 막히고, 해외여행이 봉쇄되고, 스포츠 관중석이 닫혀 있던 시절이었다. 골프만 비대면 야외 운동으로 살아남아 반사이익의 호황을 누렸다. 다른 모든 경쟁 스포츠가 전멸한 구조적 버블이었다. 이 비정상적인 정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추락처럼 보인다.
△ 기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마지막 정상 연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보자. 그 해 전국 골프장 내장객은 4,170만 명이었다. 2025년 4,641만 명과 비교하면 아직도 471만 명이 많고, 증가율은 11.3%다. 같은 기간 운영 골프장 수는 467개에서 525개로 12.4% 늘었다. 공급이 늘었는데도 수요가 그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가 최고의 흥행이라면, 골프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기자들이 써야 할 헤드라인은 이것이다. "골프장, 코로나 거품 걷어내고 2019년 대비 11.3% 성장 유지."

△ 각주구검(刻舟求劍)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다 칼을 강에 빠뜨렸다. 당황하지 않고 뱃전에 칼 자국을 새겼다. '여기서 빠졌으니 여기서 찾으면 된다.' 배가 이미 한참 움직인 뒤에도 그는 그 표시 아래 물속을 뒤졌다. 상황이 달라졌는데 과거의 기준만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2022년이라는 뱃전의 자국이 지금도 골프 저널리즘을 지배하고 있다. 배는 이미 오래전에 그 자리를 벗어났는데도 말이다.
△ 그래도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수치의 왜곡을 바로잡는 것과 변화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4,641만 명이라는 숫자가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측면에서 살아있으려면 세 가지 구조적 과제를 직시해야 한다.
첫째, 비용의 문턱이다. 그린피는 내려갔지만 카트비·캐디피·식음료를 합산하면 라운드 한 번에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 구조가 2030 세대를 스크린골프장과 해외 원정으로 밀어내고 있다. 비용을 합리화하지 않으면 세대 전환은 없다.
둘째, 세대 편중의 위험이다. 주 이용층의 80% 가까이가 4~50대에 집중돼 있다. 리틀야구와 고교야구가 KBO 팬층을 재생산하듯, 골프도 파크골프와 9홀 퍼블릭 코스를 통해 청소년과 입문자가 처음 페어웨이를 밟는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공간의 재정의다. 18홀 라운드만 파는 곳이 아니라 캠핑, 명상, 가족 단위 체험이 어우러지는 복합 레저 거점으로 골프장이 스스로를 재정의할 때, 하루짜리 방문은 1박 2일 경험으로 바뀐다. 국내 골프산업은 IMF 위기와 금융위기를 버텨온 저력이 있다. 그 견고함이 변화와 만날 때 비로소 4,641만 명은 출발점이 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기준점이 거짓말할 뿐이다. 올봄, 당신의 뇌가 고착된 기준점은 어디에 찍혀 있는가.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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