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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70] 한국 씨름과 몽고 씨름 ‘부흐’는 어원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2026-04-30 05:56:51

 몽고 전통 씨름인 '부흐' 경기 모습
몽고 전통 씨름인 '부흐' 경기 모습
언뜻 비슷하게 보인다. 허리를 잡고 상대를 넘기는 사람들, 관중의 함성, 그리고 승부가 갈리는 순간의 긴장. 한국의 ‘씨름’과 몽골의 ‘부흐(Bökh)’다. 그러나 이 두 단어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 차이는 곧 두 사회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씨름은 순우리말이다. 정확한 단일 어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씨루다(맞붙다)’, ‘힘을 겨루다’와 같은 동사적 의미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 단어의 핵심은 명확하다. 누군가와 ‘겨루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즉 씨름은 존재가 아니라 관계다. 혼자서는 성립하지 않고,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한다. 이 점은 한국 전통 사회의 특징과 맞닿는다.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절대적 힘이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조화와 경쟁, 그리고 균형이었다. 실제로 씨름은 단순한 격투 기술이 아니라 마을 잔치, 명절, 풍년 기원의 의례와 결합된 놀이였다. 씨름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말해준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 겨루는 과정’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본 코너 1751회 ‘왜 '씨름'이라 말할까’ 참조)

반면 몽골의 씨름 부흐(Bökh)는 전혀 다른 언어적 뿌리를 가진다. 몽골어 부흐는 ‘강하다, 단단하다, 견고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즉 이 단어는 행동이 아니라 사람의 상태, 속성, 존재 자체를 가리킨다. 몽골의 부흐는 고대 유목 사회에서 형성되었고, 기원전 이전인 최소 흉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전통이다. 이 사회에서 힘은 단순한 경쟁 요소가 아니었다.
생존 조건이었다. 가축을 지키고, 자연을 견디고, 전쟁을 치르기 위해 개인은 ‘강해야’ 했다. 그래서 부흐는 기술 이전에 이상적인 인간상(강한 인간)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는다. 단어 자체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존재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씨름과 부흐는 기술적으로 꽤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몽골 부흐와 한국 씨름이 유사한 형태의 기술을 공유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씨름은 샅바를 잡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방식이다. 부흐는 상대의 몸 일부(발 제외)가 땅에 닿으면 패배한다. 기술보다 균형·지구력·힘을 강조한다.

한국의 씨름과 몽골의 부흐는 기원이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직·간접적인 교류와 영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다만 ‘한쪽이 다른 쪽에서 직접 유래했다’는 식의 단선적인 관계라기보다, 유라시아 북방 문화권 속 상호 접촉과 유사 발전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가장 중요한 접점은 13세기, 몽골의 고려 침입 이후이다. 고려가 몽골 제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인적·문화적 교류 증가했다. 몽골식 군사 훈련, 체육 활동 일부 유입 가능성, 궁정과 군대 중심으로 격투 문화가 교류되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시기에 씨름과 부흐가 직접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기록이 제한적이라 ‘확정적 전파’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민족씨름이 활기를 띠는 1980년대 이후 다시 교류가 활발해졌다. 한국 씨름 선수와 몽골 부흐 선수 간 교류 경기가 이뤄졌고, 기술 비교 연구 및 학술 교류, 전통 스포츠 복원 및 국제화 과정에서 상호 관심 등이 증가했다. 특히 두 종목이 비슷하지만 다른 규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 연구의 대상이 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95년 3월30일자 ‘몽골씨름「부흐」첫선’ 기사는 한국민속씨름위원회 초청으로 몽고 부흐선수단 7명이 방한해 한국 씨름 선수들과 시범경기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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