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정 후 환호하는 김가영. [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52806402601115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캐롬(carom)’은 원래 영어 단어다. 어원은 프랑스어 ‘carambole’에서 왔는데, 당구에서 공끼리 연속으로 맞아 득점이 되는 장면을 뜻했다. 처음부터 경기 전체 이름이라기보다 “맞혀 나가는 기술”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carambole가 영어권으로 넘어가면서 caram으로 짧아졌고, 이후 포켓 없이 쿠션과 공의 충돌을 이용하는 당구 종목 전체를 가리키는 말인 “carom billiards”가 생겼다. 한국에서는 이 표현이 다시 줄어들어 그냥 캐롬으로 굳어진 것이다. (본 코너 1771회 ‘‘ 빌리어드(billiards)’를 왜 ‘당구’라고 부를까‘ 참조)
흥미로운 건 carambole 자체의 뿌리도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다. 일부 언어학자들은 스페인어 ‘carambola’와 연결시키는데, 이 단어는 ‘충돌’이나 ‘연쇄적인 맞음’을 뜻하기도 했고, 동시에 별 모양의 열대 과일(스타프루트)을 가리키기도 했다. 모양이 튀어나온 형태라 공이 튕겨 나가는 이미지를 연상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그 이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굳이 캐롬이라고 하지 않아도 됐다. 왜냐하면 한국 당구 문화의 중심이 원래 4구·3구 같은 쿠션 당구였기 때문이다. 그냥 ‘당구’라고 하면 대부분 캐롬 계열을 뜻했고, 포켓볼은 오히려 별도로 ‘포켓’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1980~90년대 당구장 문화에서는 ‘4구’, ‘3구’, ‘대대’, ‘중대’ 같은 표현이 훨씬 일반적이었고, 캐롬은 동호인·선수층 일부에서나 쓰이는 외래어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변화가 생긴 건 국제식 3쿠션이 스포츠화되면서이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당구가 국제 스포츠 종목으로 주목받고, 대한당구연맹이 국제 기준 명칭을 적극 사용하면서 캐롬이라는 표현이 언론 기사와 대회명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91년 12월6일자 ‘당구의 진수 서울서 맛본다’ 기사는 ‘포켓볼,스누커,캐롬등세가지 방식으로 치러지는당구는 지역마다 특성이있어 미국등 유럽계통은나인볼—로테이션을 주로하는 포켓볼이 주종이며,영연방계통에서는 스누커가인기다.신사스포츠로 불리는 당구는 국내에서는단순오락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벨기에의 경우 왕립빌리어드 대학이 생길정도로 인정받는 스포츠다’고 전했다. (본 코너 1796회 ‘벨기에는 어떻게 '당구 강국'이 됐을까’ 참조)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billiards’라는 큰 범주 안에 캐롬과 포켓이 함께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두 장르가 생활 속에서 분리되어 굳어졌다. 그래서 “당구 치러 간다”는 말은 대개 캐롬을 뜻하고, 포켓볼은 별도 종목처럼 인식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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