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일이 시간적으로 매우 임박할 때, ‘초읽기’라는 말을 쓴다. 원래 이 말은 바둑에서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세어 주는 행위를 뜻했다. 여기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일이 곧 벌어진다'는 의미가 파생되어 현재의 비유적 표현으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초읽기는 시간을 나타내는 단위인 한자어 ‘초 초(秒)’와 숫자를 하나씩 소리 내어 세는 것을 의미하는 우리말 ‘읽기’의 합성어이다. 원래 바둑에서는 정해진 생각 시간이 끝나면 초읽기에 들어간다. 심판이나 계시원이 "하나, 둘, 셋…" 또는 "1초, 2초, 3초…"처럼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읽어 주는데, 이 과정을 초읽기라고 불렀다.
예전 바둑에서는 기본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곧바로 패배하는 대신 일정한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 이를 초읽기라고 불렀는데, 초읽기에서는 기록원이 "하나, 둘, 셋…" 하고 매초를 소리 내어 읽어 준다. 예를 들어 "30초 초읽기 3회"라면 한 수를 둘 때마다 30초 안에 착수해야 하며, 30초를 넘기면 한 번의 초읽기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기록원은 실제로 1초마다 숫자를 읽어 나간다. 초읽기는 시간을 측정하는 사람이 초를 하나씩 읽어 주는 행위에서 비롯된 말이다. 시간을 세는 것이 아니라, 초를 소리로 불러 주는 방식이 이름이 된 셈이다.
오늘날에는 디지털 시계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 전자 계시기는 남은 시간을 화면에 표시하고, 마지막 몇 초에는 음성이나 경고음으로 시간을 알려 준다.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진 대국장도 많지만 초읽기라는 용어는 그대로 남았다. 기술은 바뀌었지만 언어는 그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바둑을 넘어 우리말 속으로 널리 퍼졌다. 시험 종료 직전, 마감 직전, 경기 종료 직전처럼 시간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제 초읽기다"라고 말한다. 원래는 바둑 용어였지만, 이제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시간의 은유가 되었다.
언어는 종종 과거의 풍경을 기억한다. 자동차가 없어도 '마차의 고삐를 잡는다'는 표현이 남아 있듯, 기록원이 조용한 대국장에서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을 또박또박 읽어 주던 모습은 초읽기라는 단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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