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7] 바둑에서 왜 '사활(死活)'이라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806514206827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사활(死活)'의 어원은 한자에서 비롯됐다.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죽을 사(死)’와 살이 있음을 의미하는 ‘살 활(活)’이 합쳐진 말이다. 바둑에서는 이 말이 특정 돌이나 돌무리가 상대에게 잡혀 죽는지, 아니면 두 집 이상을 만들어 살아남는지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로 자리 잡았다. 영어권에서도 이를 단순히 ‘life and death’라고 번역하는데, 의미가 거의 같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사활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나오지 않는다. 이는 조선에서 널리 쓰인 일반어가 아니었을 수 있고, 근대 이후 빈도가 높아진 한자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대 한국어의 ‘사활을 걸다’는 표현은 일제강점기와 근대 신문을 거치며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에도 ‘死活(しかつ)’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생사, 존망'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였으며, 근대 한자어의 상호 교류 과정에서 한국어 사용이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바둑에서 사활은 말 그대로 돌의 죽고 사는 문제를 뜻한다. 하지만 사활은 단순히 한 무리의 돌이 살아남느냐, 잡히느냐를 가리는 기술이 아니다. 바둑의 본질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철학이기도 하다. 사활은 두 집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살아 있는 돌은 끝까지 판 위에 남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죽은 돌은 아무리 많아 보여도 결국 상대의 집이 된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공격보다 사활이 먼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화려한 공격도 자신의 돌이 살아 있지 못하면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사활은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종종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기반을 먼저 다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 바둑에서도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 보면 살아야 할 돌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반대로 한 걸음 물러서더라도 안정된 삶을 확보하면 이후의 승부는 훨씬 유리해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