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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3] 왜 바둑에서는 '한 수 배우다'라고 말할까

2026-07-04 06:27:44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3]   왜 바둑에서는 '한 수 배우다'라고 말할까
스포츠에서 '한 수 배우다'라는 표현은 반드시 패배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긴 경기에서도 상대에게서 새로운 기술이나 전략을 배웠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승리는 했지만 상대의 압박 전술에서는 한 수 배웠다" "후배 선수에게 오히려 한 수 배웠다" 처럼 겸손과 존중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쓰인다.

일상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었을 때 "오늘 한 수 배웠습니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사회생활 대화 속에서도 이 말은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의 성장을 표현하는 겸손한 인사처럼 쓰인다.

원래 이 말은 바둑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어사전에서도 '한 수 배우다'를 바둑에서 유래한 관용 표현으로 풀이하며, '상대의 뛰어난 방법이나 지혜를 배워 자신의 식견을 넓히다'라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 표현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지만, 바둑계의 오래된 예법과 관습에서 자연스럽게 일반어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둑에서 '수(手)'는 단순히 돌 하나를 놓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한 수에는 형세를 읽는 눈이 담기고, 상대의 의도를 헤아리는 사고가 담기며, 이후 수십 수를 내다보는 전략이 담긴다. 그래서 바둑의 한 수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물이다. (본 코너 1828회 ‘바둑에서 왜 '수싸움'이라 말할까’ 참조)

초보자는 바둑을 돌을 많이 따내는 게임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력이 쌓일수록 중요한 것은 돌을 잡는 기술보다 '좋은 한 수'를 찾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같은 자리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평범한 착점이지만, 고수에게는 판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수가 된다. 결국 실력의 차이는 돌의 개수가 아니라 한 수의 깊이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바둑에는 흥미로운 문화가 생겼다. 대국에서 패한 사람이 승자에게 "한 수 지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알려 달라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을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존중의 표현이다. 상대가 둔 결정적인 한 수를 이해하는 순간, 승패보다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 배우다'라는 표현에는 바둑이 가진 철학도 담겨 있다. 바둑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도 늘 새로운 수를 배운다. 상대가 약자라고 해서 배울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한 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일수록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는 후배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아이에게서는 순수한 시선을 배우며, 경쟁자에게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한다. 나이와 지위가 배움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다는 자세가 사람을 성장시킨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바둑과 닮아 있다. 매 순간 한 수씩 선택하며 살아간다. 어떤 수는 성공이 되고, 어떤 수는 실수가 된다. 그러나 실수마저도 다음 한 수를 위한 공부가 된다. 그래서 패배는 끝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이 된다.

'한 수 배우다'라는 말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짧은 표현에는 상대를 인정하는 겸손, 스스로 성장하려는 자세, 그리고 한 번의 깨달음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함께 담겨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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