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무사 1·2루다. 아웃카운트 하나도 없다. 그런데 타격을 맡겨도 될 타자에게 번트를 시켜 스스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내주려 했다. 그것도 2회초다. 번트가 성공했다면 1사 2·3루가 됐겠지만, 결국 번트는 실패했고 삼성은 1사 1·2루로 공격의 여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더 답답한 것은 그다음이다. 류지혁은 이날 삼성의 8번 타자였다. 뒤에는 김상준과 박승규가 기다리고 있었다.
선취점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선취점을 만드는 방법이다.
무사 1·2루라면 안타 하나로 단숨에 무사 만루가 될 수도 있고, 장타 하나면 여러 점을 뽑을 수도 있다.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아웃 하나를 먼저 헌납하면서 공격의 폭을 좁혀야 하나.
더구나 류지혁은 시즌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7푼7리, OPS .724 수준의 타자였다. 단순히 '번트만 대는 선수'로 취급할 타자는 아니었다.
물론 특정 경기의 작전 하나만으로 감독의 전체 철학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의 야구를 두고 팬들이 반복해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장면에 있다.
삼성은 타자들에게 맡겨도 되는 팀이다. 그렇다면 감독이 해야 할 일은 타자들의 손에서 방망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 방망이를 믿어주는 것이다. 무사 1·2루에서 강공을 선택했다가 범타가 나왔다면 어쩔 수 없다. 야구는 그런 경기다. 하지만 좋은 타자에게 공격을 맡기지도 않고,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내주면서 하위 타순에 부담을 떠넘기는 야구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진만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작전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단순한 선택일지 모른다. 타자들을 믿어라.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