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야구 종목에 참가하는 국가들이 심판을 파견하지만, 자국의 경기에는 심판으로 나설 수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이 자주 나온다는 점이다. 초대 WBC에서도 엄연한 홈런이 인정 2루타로 둔갑했고, 멀쩡한 희생 플라이가 병살타로 기록되기도 했다. 2008년을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올림픽에서도 ‘심판의 장난’으로 볼 판정이 그릇되거나, 일방적으로 선수를 퇴장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국내 심판들의 오심률은 국제무대에서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오히려 정확한 판정으로 호평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우리보다 프로화를 먼저 진행했다는 일본 역시 국내 심판들에게 ‘한 수’ 배워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옛 영광’으로 돌아간 심판의 권위, 어떻게 하나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을 상징하고, 칼은 그러한 기준에 의거한 판정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눈을 가리고 있다는 점은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 있어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성을 유지’ 해야 한다는 상징이다. 그러나 현재 심판들의 모습을 본 이들 중에는 ‘안대를 벗고 칼만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볼과 스트라이크에 대한 판정은 뒤로하더라도 눈에 명백하게 보이는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부분까지 ‘심판의 재량’으로 뒤바뀌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치명타였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이 문제는 올해 들어 그 정도가 더 심해졌고, 이는 곧 ‘오심률 1%의 통계학(오심률이 1%에 해당할 경우, 두 경기 중 하나는 오심에 의해 승부가 결정남을 의미)’을 보기 좋게 깨어 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현장 일선에 나선 것은 ‘심판 위원장’이었다. 스스로 오심을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더그아웃에 찾아 감독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다. 대개 이러한 일이 발생한 다음에는 비슷한 유형의 오심이 나오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야수가 공을 놓친 이후에도 아웃을 선언’하는 사례는 여전히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심판 위원장이 더그아웃에 나타나 유감을 표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 팀의 야구팬은 ‘오심’에 지친 나머지 그라운드에 난입하여 심판을 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야구팬은 그라운드에 난입한 이에 대한 질책보다는 ‘심판들이 오죽 제 역할을 못 하면 그러한 사람까지 등장하겠느냐!’라며 오히려 피해자 입장인 심판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9일, 문학 경기에서는 심판이 야구 규칙을 확대 해석하여 홈팀 감독을 퇴장시키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자세한 상황은 이러했다. 3회 초, 삼성 공격서 1사 2루 위기를 맞은 SK 선발 울프는 박한이와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마지막 공이 높았다는 심판의 판정에 따라 볼넷을 허용했다. 마지막 볼 카운드 판정에 불만을 품은 울프는 즉각 심판에게 항의를 했고, 최수원 심판이 그에게 주의를 주면서 둘은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최수원 심판은 격하게 화를 내는 제스쳐를 취했고, 그를 말리기 위해 이만수 감독과 성준 코치까지 나섰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최수원 심판은 야구 규칙 제8조 6항에 의거, 이만수 감독을 퇴장 조치했다. 1) 감독이나 코치가 한 회에 동일 투수에게 2번째 가게 되면 그 투수는 자동적으로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 2)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감독이나 코치가 또 다시 그 투수에게 갈 수 없다는 규정에 의거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조항도 사실 최수원 심판이 규칙대로 했다고 단언할 수 없었다. 이 조항은 보통 인플레이 상황하에서 감독이나 코치가 투수 교체 의사를 심판에게 표할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상황에서 선수의 항의에 가장 먼저 흥분을 한 것은 최수원 심판 본인이었고, 이만수 감독과 성준 코치는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온 것이었다. 이는 심판 스스로 일시적인 ‘볼 데드(경기 일시 중단. 이러한 상황에서 주자는 진루를 할 수 없음)’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만약에 이것이 인플레이 상황이었다면, 이 감독이 최수원 심판을 말리는 사이에 1, 2루의 주자들이 모두 홈으로 뛰어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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