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날카롭던 눈빛이 변했다. 승부사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영락없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펜싱 국가대표팀의 인천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가 열린 27일 태릉선수촌. 여자 플뢰레 간판 남현희(33, 성남시청)에게 쏟아진 질문은 출산 후 경기력에 관한 것이었다.
다만 이 종목 세계 최강을 다투는 남현희임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쉬운 결과. 열심히 훈련했지만 전성기 컨디션을 되찾기가 쉽지 않았다. 남현희는 "그동안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출산 후 회복은 몇 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경기력이 좋아지긴 했으나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남현희는 "머리로는 생각을 하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전에는 느낌이 왔을 때 10번 중 8∼9번은 찔러 성공했는데 지금은 5번 정도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펜싱계를 떨게 했던 '땅콩 검객'의 명성이 출산 후유증에 떨어질 위기.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 자신보다 딸 하이 때문이다. 엄마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남현희는 "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셔서 복귀가 가능했다"면서 "그래도 하이랑 떨어져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 하이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2002년 부산 이하 남현희의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첫 출전인 부산 대회만 단체전 금메달을 땄을 뿐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는 모두 개인전까지 2관왕에 올랐다. 아시아에서는 사실상 적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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