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58] ‘Modern Pentathlon’을 왜 ‘근대 5종’이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7-27 05:27
2022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 수영 경기에 나서는 전웅태(왼쪽)와 정진화.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2022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 수영 경기에 나서는 전웅태(왼쪽)와 정진화.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연일 이집트 지중해 연안에 있는 역사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리는 2022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녀선수들이 잇달아 승전보를 전해왔다. 남자 간판스타 전웅태와 정진화가 남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여자 김세희-김선우조도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수년전부터 세계적인 강국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 근대5종이지만 이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근대 5종은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사격+육상) 등 5종목을 치러 종합 점수로 순위를 가리는 복합 경기이다. 영어로 ‘Modern Pentathlon’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숫자 5를 뜻하는 그리스어 ‘Penta’와 경기를 뜻하는 ‘thlon’이 합해진 ‘Pentathlon’을 근대와 현대를 의미하는 ‘Modern’과 연결한 것이다. 영어 용어사전에 따르면 ‘Modern’은 원래 형용사로 어원은 라틴어 ‘Modernus’이다. 접두어 ‘mod’는 척도나 형태 등을 의미하는 말이다. ‘mode(방식)’, ‘model(모범)’, ‘moderate(적당한)’ 등은 접두어 ‘mod’가 갖는 의미와 연관이 깊다. 당초 ‘Modern’이라는 말은 19세기말, 20세기초 유럽에서 일어난 ‘모더니즘(Modernism)’이라는 예술운동에서 나온 것이다.
근대 5종은 일본에서 온 말이다. 한·중·일 한자 문화권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가까운 시대라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한자어 ‘근대(近代)’와 5가지 종류를 의미하는 ‘5종(五種)’이라는 단어를 합쳐서 쓴 말이다. 일본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 ‘Modern’의 번역어로 근대를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1873년 아리마사학교(有馬私學校)에서 펴낸 ‘영화장중자전(英和掌中字典)‘이다. 일본에서 현재 ’Moderrn’을 근대와 현대 두 가지 의미로 모두 쓴다. 하지만 근대와 현대라는 한자어는 개념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근대는 서양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메이지유신(1868년)부터 제2차세계대전 패망(1945년)까지의 기간을 말하며, 현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를 말한다.

근대 5종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은 이 말이 20세기 초에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근대 5종은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이 전쟁에서 실제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접 고안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가까운 적을 칼로 제압하고(펜싱)', '강을 헤엄쳐 건너(수영)', '적의 말을 빼앗아 타고(승마)' '먼 거리의 적은 총으로 제압하면서(사격)', '달려서 적진을 돌파하는(크로스컨트리)' 과정을 나타내기 위해 이 종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근대 5종은 고대 5종의 계승이라고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아 제전에서 겨룬 다섯가지 종목, 즉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달리기, 레슬링은 그리스 시민이 의무이자 권'인 군역을 수행하는 필요한 종목이었다. 고대 5종 경기를 본 따 만든게 근대 5종이었던 것이다. 근대 5종은 1896년부터 정식 종목은 아니었다. 올림픽에는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들어갔다. 아시안 게임에는 1994년 시로시마 대회부터 도입됐다. 올림픽과 별도로 1949년부터 세계 챔피언십 대회가 시작되었으며, 이 대회는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해에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근대5종이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사용해왔다. 조선일보 1927년 6월10일자 ‘세계(世界)올림픽대회(大會) 일정기타결정(日程其他決定)’ 기사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경기 일정을 전하면서 근대오종 종목을 소개했다.

중국은 ‘Modern Pentathlon’을 ‘현대(現代) 5종’이라고 말한다. 근대와 현대를 구별하는 역사적 관점이 일본과 다른 중국은 일본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번역어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일본의 번역어인 근대 5종이라는 말을 써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말로 바꿔 써야 되지 않을 까 싶다. 연식 정구를 영어 그대로 ‘Soft Tennis’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영어 발음을 그대로 따 ‘모던 펜타슬론(Modern Pentathlon)’이라고 표기하는 게 국제화시대에 더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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