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61] 육상에서 ‘오픈(open)’은 어떤 의미일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7-30 07:38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선수들이 오픈 코스를 달리는 모습.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선수들이 오픈 코스를 달리는 모습.
열린다는 의미인 ‘오프(open)’은 외래어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마치 외래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클럽이나 가게 문을 오픈했다’, ‘새로 오픈한 길이 생겼다’, ‘오픈 게임으로 벌어졌다’, ‘오픈 토너먼트로 열린다’ 등 다양한 표현에서 쓰인다. 오픈은 동사, 명사, 형용사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열린다는 의미는 공통적으로 갖는다.

옥스포츠 등 영어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open’은 고대용어에서도 같은 철자로 현재와 비슷한 뜻을 갖고 있었다. 고대 인도유럽어에 뿌리를 둔 ‘open’은 닫힌 상태의 반대 개념으로 유럽 언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고대 독일어 ‘upana’, 고대 노르만어 ‘opinn’, 스웨덴어 ‘oppen’, 덴마크어 ‘aaben’, 현대 독일어 ‘offen’ 등이 모두 같은 어원을 갖는다. ‘open’은 영어에서 1200년경 닫히지 않은 방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으며, 1400년경엔 솔직하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상점을 연다는 의미는 1824년부터 생겼다.
스포츠 용어로 오픈은 다양하게 쓰인다.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경기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경기를 ‘오픈 대회’라고 말한다. 특히 골프나 테니스에선 보통 세계 메이저대회에 오픈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는다. 골프의 US오픈· US여자오픈· 디 오픈·위민즈 브리티스 오픈, 테니스의 US오픈·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등이다. (본 코너 80회 ‘골프에서 ‘토너먼트(Tournament)’와 ‘오픈(Open)’은 어떻게 다른가‘ 참조) 골프에선 대회 명칭에 붙이는 것 말고 골프채를 정상보다 열 때를 ‘클럽을 오픈’한다고 말한다. 클럽이 오픈이 되면 볼이 오른쪽으로 많이 휘는 슬라이스가 날 가능성이 높다. 럭비에선 선수가 없는 넓은 지역을 오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때부터 일본어 카타가나 'オープン(오픈)'를 우리말로 오픈이라고 영어 발음 그대로 표기했다. 조선일보 1930년 5월28일자 '쾌청(快晴)한 동남미풍(東南微風)에 각종경기(各種競技)는 백열화(白熱化)'기사에서 '여자농구 오픈'이라는 단어를 썼다.

육상에서 오픈은 트랙 종목에서 각 경기자의 레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육상 경기장은 정규 규격이 400m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400m 트랙은 2개의 직선로와 2개의 곡선로로 이뤄져 있다.(본 코너 735회 ‘왜 육상 트랙은 ‘400m’로 만들어진 것일까‘ 참조) 육상 단거리 400m 종목까지는 정해진 레인을 달려야 한다.

하지만 800m 종목은 120m까지 정해진 코스(세퍼레이트 코스, separate course)로 달려야 하며 나머지는 오픈 코스로 달린다. 오픈코스는 세퍼레이트 코스를 벗어난 구간을 말한다. 800m 종목에서 세퍼레이트 코스에서 오픈코스로 바뀌는 지점을 브레이크라인(breakline)’이라고 말한다. 규정에는 선수들은 브레이크라인에 가까운 가장자리를 지날 때까지 자기 레인에서 달려야 한다. 선수들이 브레이크라인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각 레인과 브레이크라인의 교차점 바로 전 레인 라인위에 가급적 브레이크라인이나 레인라인과는 다른 색의 작은 콘(cones)이나 각주(角柱, prisms)를 세워놓아야 한다. 만약 선수가 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실격처리된다. 선수가 자의적으로 트랙을 이탈하면 경기를 계속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경기를 마치지 않은 선수가 다시 입장하려고 하면 실격선언을 당한다.

1,500m 이상 중장거리 종목은 처음부터 오픈 코스로 뛴다. 출발부터 정해진 코스가 없이 자유스럽게 달리며 경쟁을 한다. 중장거리종목에서 경기 도중 선수들간 충돌사고가 생겨 중도에 기권하기도 한다. 오픈 코스로 경기를 한다고 앞뒤 안가리고 달리다가 불상사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픈 코스라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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