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89] '왜 ’예선(豫選)‘이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1-30 06:41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이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예선전에서 평균대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이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예선전에서 평균대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많은 팀이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는 최종 승자를 가리기 위해 경기를 여러 번 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승부를 먼저 가리는 경기방식으로 예선이라는 말을 쓴다. 본선에 나갈 선수나 팀을 뽑는 것이다. 예선은 한자어이다. ‘미리 예(豫)’와 ‘가릴 선(選)’이 합해져 정식으로 뽑기 전에 미리 뽑는다는 뜻이다. 예선은 약자로 일본식 한자어 ‘予選’자를 쓰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태종실록 33권(1417년) 등 6번이나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스포츠에서 예선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일본의 영향에 의해서였다.

일본에선 1868년 메이지 시대이후 서구 스포츠를 수입하면서 영어 ‘preliminaries, preliminary round, heat, qualifying round’ 등의 번역어로 쓰였다. (본 코너 775회 '왜 ‘라운드(Round)’라고 말할까' 참조) 체조는 예선을 영어로 ‘qualification’이라는 말을 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이 말은 제한, 수정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qualificationem’이 어원이다. 프랑스어 ‘qualification’을 거쳐 1660년부터 누군가를 특정 상황이나 고용에 적응시키는 의미로 영어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예선이라는 단어는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썼다. 조선일보 1927년 9월28일자 ‘체육(體育)데이 운동순서결정(運動順序决定)’ 기사는 ‘내십월일이양일간(來十月一二兩日間)에경성운동장(京城運動塲)에서행(行)할제사회경성부체육(第四回京城府體育)데이운동경기(運動競技)의프로그람은하(下)히결정(决定)▲십월일일(十月一日)=야구(野球) 오전구시개시(午前九時開始)(중학(中學))(중앙고등보통학(中央高等普通學))(배재고등보통학교(培材高等普通學校))▲야구오후삼시개시(野球午後三時開始)(소학(小學))(앵정소학교(櫻井小學校))(용산소학교(龍山小學校))▲정구(庭球) 오전팔시반개시(午前八時半開始) 전선여자정구대회(全鮮女子庭球大會)(주최동아(主催東亞))▲육상경기(陸上競技) 오전구시개시(午前九時開始)▲초등학교연합체조병경기오후영시반개시(初等學校聯合體操併競技午後零時半開始)▲여학교(女學校)마스껨오후일시반개시(午後一時半開始)▲제삼회신궁경기대회청년단경성예선회(第三回神宮競技大會靑年團京城豫選會)▲십월이일(十月二日)=야구(野球) 오전구시개시(午前九時開始)(전문(專門))(경성고등공업(京城高等工業))(경성의학전문학교(京城醫學專門學校))▲정구(庭球) 오전구시개시(午前九時開始)▲실업정구대회(實業庭球大會)(주최제단상회(主催諸團商會))▲육상경기(陸上競技) 오전구시개시(午前九時開始) 전선여자(全鮮女子)오림픽대회(大會)(주최조선신문사(主催朝鮮新聞社)’고 전했다.

체조 올림픽 경기는 단체전 예선을 뛰어야 단체전 결선 진출팀, 개인 종합 결선 진출자, 종목별 결선 진출자가 모두 결정된다. (본 코너 716회 ‘‘결선(決選)’과 ‘결승(決勝)’은 어떻게 다를까‘ 참조) 올림픽 본선 단체전에 출전하지 못한 나라의 선수들은 국제체조연맹(FIG) 세계랭킹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한 조를 이뤄 단체전을 뛴다. 단체전 예선은 한 나라에서 종목별로 최대 4명이 출전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3명의 점수를 합산, 결선에 오를 8개 나라를 추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체전 예선 성적을 기초로 개인 종합 결선에는 24명이, 종목별 결선에는 8명이 각각 출전한다.

예선 성적을 무시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치르는 단체전 결선에선 한 나라에서 종목별로 3명만 출전하고 이들의 점수를 합산해 메달 색깔을 결정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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