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98] ‘배드민턴 황제’에서 왜 ‘황제’라는 말이 들어가나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5-17 06:38
현역 시절 '배드민턴 황제'로 이름을 날렸던 박주봉 모습.
현역 시절 '배드민턴 황제'로 이름을 날렸던 박주봉 모습.
‘축구 황제’ 펠레, ‘농구 황제’ 조단, ‘골프 황제 우즈’. 세계스포츠에서 ‘황제’라는 칭호를 붙 여 해당 종목에서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떠받들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에서도 ‘황제’ 소리를 듣던 선수가 있었다. 지금은 은퇴한 박주봉(59)이다. 그는 세계 배드민턴의 전설적인 선수다. 박주봉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의 ‘역사’다.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김문수와 짝을 이뤄 초대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17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세계선수권 5회를 포함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72회 우승하는 대기록을 남겨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001년에는 배드민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국 배드민턴’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었던 셈이다. 그는 1996년 ‘배드민턴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허버트 스칠 상’을 받았다. 1934년 국제배드민턴연맹(IBF)이 창립된 이후 단 열한 명에게만 수여된 최고 권위의 상이다. 그만큼 심사 기준이 까다롭고 엄격하다.

배드민턴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리면서 그는 선수 시절 내내 ‘배드민턴의 황제’, ‘셔틀콕의 황제’ 라는 별명을 얻었다. 은퇴 후에도 2009년 순천향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셔틀콕의 황제’가 박사가 됐다고 언론 보도는 전했다.
원래 ‘황제’라는 말은 제국의 군주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이다. 중국 역사에서 서기전 221년에 전국시대의 혼란을 통일하고 진나라를 건국한 시황제는 ‘황제(皇帝)’라는 칭호를 제정, 처음으로 황제가 됐다는 의미로 ‘시황제(始皇帝)’라고 칭했다. 황제의 어원에 대해서는 '3황(三皇)'과 '5제(五帝)'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 설과 ‘황황(煌煌)한 상제(上帝)’, 즉 ‘빛나는 우주의 주재자’의 의미로 조어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어느 쪽이든 공통적으로 세상에서 유일한 초월적인 존재라는 의미를 지닌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황제’라는 말은 태조실록부터 등장해 원문 3,432건, 국역 2,263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고종 때, 대한제국이라고 국호를 정하면서 공식적으로 ‘황제’ 칭호를 사용했다.

서양에서 황제를 뜻하는 단어는 모두 로마 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로마 황제의 칭호인 임페라토르(Imperator)로부터 엠페러(Emperor)가 파생되었으며, 황제는 아니었지만 황제와도 같은 권력을 휘둘렀던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로부터 카이저(Kaiser), 차르(Царь) 등이 파생되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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