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벗고 후라도 맞이하는 박진만 삼성 감독.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2713420108307dad9f33a29211213117128.jpg&nmt=19)
박진만 감독은 2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kt wiz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던 중 외국인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다가오자 모자를 벗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에서 감독이 선수에게 고개 숙이는 모습은 사령탑의 권위를 중시하는 분위기상 매우 드문 장면으로, 박 감독의 이런 행동은 팀을 위해 헌신하는 후라도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20경기 등판 9승 7패, 평균자책점 2.62라는 성적만 보면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점 4위에 그쳐 한화의 코디 폰세(12승, 평균자책점 1.76)나 롯데의 알렉 감보아(7승 2패, 평균자책점 1.94) 같은 타팀 에이스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삼성 구단 내부에서는 후라도를 폰세, 감보아 못지않은 핵심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후라도의 진짜 가치는 '이닝 소화 능력'에 있다. 올해 20경기에서 130⅓이닝을 책임지며 국내 최고의 이닝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경기 중 18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7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만 9차례에 달한다. 선발 등판 경기의 절반 가량을 7회까지 책임진 셈이다.
후라도는 지난달 8일 NC전에서 9이닝 무실점으로 1-0 완봉승을 거뒀고, 26일 kt전에서도 9이닝 무실점 역투로 11-0 대승을 이끌며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2회 이상 기록한 투수는 후라도가 유일하다.
3월 28일 두산전에서는 8이닝 2실점으로 완투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16차례로 전체 1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점 이하) 9차례로 공동 1위를 기록하는 등 이닝 관련 지표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환호하는 후라도. 사진[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2713553509286dad9f33a29211213117128.jpg&nmt=19)
후라도의 투구 철학은 '효율성'에 있다. 시즌 탈삼진 96개로 15위에 그치지만, 이는 삼진보다 타자들을 맞혀서 잡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적은 투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로 후라도는 올 시즌 1천959구를 던졌는데, 이는 본인보다 16이닝을 적게 던진 NC의 로건 앨런(1천983구)보다도 적은 수치다.
후라도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라는 '타자친화구장'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12경기 76이닝을 소화하며 완봉승 1회, 완투패 1회를 포함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등판 경기의 절반 이상을 홈에서 치르면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진만 감독 입장에서는 후라도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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