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으로 맞선 4회초, 아담 올러가 노시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는 말도 안 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범호 감독이 포수 한준수를 한참 동안 호통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힌 것이다. 그리고 이내 한준수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훔쳤다.
물론 감독이 포수의 볼배합을 지적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다. 수많은 팬들이 보는 TV 중계 앞에서, 팀 분위기가 한창 흔들리는 와중에, 포수의 실수를 낱낱이 드러내는 듯한 호통은 과연 필요한 장면이었을까?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카리스마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선수들을 위축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더 강하게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3연패 뒤 분위기를 추스르기도 벅찬 시점에, 주전 포수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전파를 탄 건 KIA에 결코 득이 되지 않았다.
KIA가 당면한 문제는 단순히 한 경기, 한 타석의 볼배합이 아니다. 팀 전체의 완성도, 디테일,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 내 신뢰다. 감독이 화를 내며 호통치는 장면보다, 차분하게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장면이 팬들이 더 보고 싶어 하는 그림이다.
이범호 감독의 진심이 선수단을 향한 애정이라면, 표현 방식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 이범호 감독은 굳이 공개적으로 호통을 택했을까? 팬들의 눈에는 그것이 지도자의 리더십이 아니라, 팀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독선'으로 비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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