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이 북한 방문 때 북한 관계자와 인사를 하는 모습[조선중앙통신]](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21508555305551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영어 shortstop’은 짧다는 의미인 형용사 ‘short’와 멈춘다는 의미인 ‘stop’의 합성어이다. 문자 그대로 ‘짧은 거리에서 막는 사람’ 이라는 뜻이다. 폴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원래 영국 크리켓 용어 ‘long stop’에서 차용했다. 미국 야구에선 1858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26년 1월5일자 ‘스코어로본세계야구선수권대회(世界野球選手權大會)’ 기사는 ‘세계야구선수권(世界野球選手權)이 롯되기는 구(一九)○삼년(三年)으로 년(今年)까지 십이회(二十二回)ㅅ재이다 핏스빡"군(軍)이"내쇼낼리그"를대표(代表)하야 계선수권대회(世界選手權大會)에출장(出塲)하야 뎃로이트"군(軍)을 승삼패(四勝三敗)의 전후격파(接戰後擊破)하야 승(優勝)한 것은 구(一九)○구년(九年)이엇다 후불행(後不幸)히 계선수권대회(世界選手權大會)에 장(出場)할 격(資格)을엇지못하엿다가 륙년(十六年)만에 계선수권대회(世界選手權大會)에 장(出塲)하야 와싱톤"군(軍)을 파(破)하고 명예(名譽)의세계선수권(世界選手權)을 갓게되엿다 금년(今年)의세계선수권전(世界選手權戰)에 잇서서 "핏스빡"의 상대(相對)인 "와싱톤"군(軍)의 진용(陣容)을보건데 선수이십오명중(選手二十五名中) 수팔명(投手八名)(우오(右五),좌삼(左三)) 포수삼명(捕手三名)(우이(右二),좌일(左一)) 일루수일명(一壘手一名)(좌수(左手)) 이루수일명(二壘手一名)(우수(右手)) 삼루수일명(三壘手一名)(좌수(左手)) 유격수이명(遊擊手二名)(좌수일(左手一),우수일(右手一)) 외야수육명(外野手六名)(우수일(右手一),좌수오(左手五)) 내야수보결이명(內野手補缺二名)(우수(右手)) 유치리티일명(一名)(효용선수(効用選手))’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는 1920년대 사회의 야구 인식이 응축돼, 포지션과 선수 구성 등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북한 체육 용어에서 ‘지기’는 개인의 기교나 스타성을 앞세우기보다, 맡은 구역을 성실히 지키는 역할 윤리를 강조한다. 사이마당지기는 화려한 개인 플레이의 주인공이 아니라, 내야 전체를 이어 붙이고 빈틈을 막는 연결 고리를 뜻한다. 이 명칭은 유격수를 ‘유격대’처럼 기동하는 공격적 존재로 보는 시각과 거리를 둔다.
이 선택에는 이데올로기적 맥락도 스며 있다. 북한은 스포츠를 개인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집단의 협동과 질서를 드러내는 장으로 본다. 사이마당지기라는 말은 유격수를 팀 수비의 중심축이자 완충 지대로 규정한다. 안마당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틈을 메우는 역할, 그것이 유격수의 본질이라는 선언이다.
결국 사이마당지기는 경기장을 마당으로, 포지션을 책임 구역으로, 선수를 지키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이 한 단어는 북한 야구가 외래 스포츠를 어떻게 자기 언어로 소화하고, 어떤 가치 위에 재구성하는지를 또렷이 보여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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