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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29] 북한 야구에선 왜 ‘타자(打者)’를 ‘치기수’라고 말할까

2025-12-11 07:49:03

북한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
북한에서 야구를 하는 모습
야구 용어 ‘타자’는 상대편 투수의 공을 치는 공격진의 선수를 말한다. 일본식 한자어로 ‘칠 타(打)’와 ‘놈 자(者)’의 결합어로 원래 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일본은 미국에서 야구를 받아들이면서 용어들을 한자로 번역·정착시켰는데, 영어 ‘batter’을 타자라고 불렀다. 우리나라는 1900년대 초 한자로 번역된 일본식 야구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batter’는 방망이를 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두드리다, 때리다’라는 의미인 라틴어 ‘battuere’가 어원이며, 중세 프랑스어 ‘batre’를 거처 영어 ‘bat’라는 동사형으로 파생됐다. 여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두사 ‘-er’이 붙어 방망이로 치는 사람이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미국에서 야구 규칙이 정립되던 1840~1860년대부터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3년 5월5일자 ‘대분투(大奮鬪)의예선전(豫選戰) 납함돌격(吶喊突擊)의기세(氣勢)가충천(衝天)’ 기사는 ‘제이회 신명영협보 제사번타자김기동(第二囘新明零協普第四番打者金基東)은 안타(安打)로출(出)한 후적(後敵)의실책(失策)으로 우일점(又一點)을 선취(先取)하다 연(連)하야 신명군(新明軍)의 투수(投手)의구(球)를 연속안타(連續安打)한 결과(結果)에 만루(滿壘)의호기(好機)와 뻐ㄴ토로십오점(十五點)을취(取)하다 제삼회신명(第三囘新明)의 제칠번타자 삼진후협보군(第七番打者三振後協普軍)의포수(捕手)의 실책(失策)으로 일점(一點)을 취(取)하얏스나 신명(新明)의 강군(强軍)도 협보군(協普軍)에는엇지할수업시 기권(棄權)하야 구대령(九對零)으로 협보군(協普軍)이승첩(勝捷)하고 소학교(小學校)테ㅁ의결승(決勝)은 협보군(協普軍)과 공옥군(攻玉軍)이 오일(五日)에 최후결승전(最後決勝戰)을하게되얏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자하청년회가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제1회 조선소년야구대회 경기 소식을 전했는데, 2회 말, 신명군의 4번 타자 김기동이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팀의 실책으로 다시 한 점을 먼저 얻었고. 이어 신명군 투수의 공을 협보군 타자들이 연속 안타로 몰아붙여 만루의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세를 타서 한 번에 15점을 뽑아냈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에선 ‘타자’를 ‘치기수’라고 부른다. ‘치기’는 말 그대로 ‘치다’의 명사형이다. 여기에 특정 역할을 나타내는 접사 ‘-수(手)’를 붙여 ‘치기를 담당하는 사람’, 즉 ‘타자’를 뜻하게 한 것이다. 동작 중심 표현(치기·던지기·받기)에 역할 중심 접사(-수)를 붙이는 방식은 북한 스포츠 언어의 일종의 문법이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북한의 스포츠 용어는 1960년대 이후 일관된 원칙에 따라 정비됐다. 일본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쌓인 일본식·한자식 용어를 걷어내고, 고유어 중심의 표현을 새로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남한이 ‘투수·포수·타자’라는 일본식 번역 한자어 체계를 그대로 계승한 반면, 북한은 이를 우리말 중심 체계로 대체하려 했다. 그 결과 ‘투수’는 던지기수, ‘포수’는 받기수, ‘홈런’은 원거리치기, 그리고 ‘타자’는 치기수가 됐다. (본 코너 1600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참조)

북한 ‘로동신문’과 체육 전문 기사에는 ‘3번 치기수가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우리 치기수들의 공격 맹타가 이어졌다’, ‘경기 전반에 치기수들의 폼을 점검하였다’ 등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일관되게 타자라는 용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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