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고우석은 비장한 자세로 이번 전지 훈련에 임하고 있다. 고우석은 첫 투구 턴부터 전력투구에 가까운 공을 연이어 꽂아 넣으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내면의 조급함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뒤섞인 고뇌의 산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지 코칭스태프는 고우석의 이러한 과속 양상을 경계하며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광삼 코치는 고우석에게 "20%만 낮춰서 던지자"고 수차례 당부하며 페이스 조절을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고우석의 '오버페이스'는 부상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고우석은 마치 당장 내일이 결전인 것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여기에 미국 진출 이후 아직 빅리그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압박이 더해졌다. 이번 디트로이트와의 계약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캠프 초반부터 압도적인 구위로 현장의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냉정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 고우석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뢰할 수 있는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빅리그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투수는 단발성 화력을 보여주는 투수가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며 필요할 때 언제든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안정감을 갖춘 자원이다.
고우석 역시 이러한 주변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현지 인터뷰를 통해 “혹시라도 부족할까 봐, 준비가 덜 됐을까 봐 불안하다”는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결국 그를 전력투구하게 만드는 동력은 자신감이 아닌 불안감인 셈이다. 절박함에서 비롯된 열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코치진의 조언대로 페이스를 20% 낮추는 것은 결코 후퇴가 아니다.
고우석은 WBC라는 큰 무대와 메이저리그 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과부하를 경계해야 한다. 힘을 뺀 투구 속에서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리듬을 찾는 것, 그리고 부상 없는 몸을 만드는 것이 고우석이 마이너리그를 넘어 꿈의 무대로 가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20%의 여유를 가질 때, 비로소 그가 갈망하는 콜업의 문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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