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플렉센은 그야말로 '귀빈' 대접을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그의 압도적인 구위는 여전히 잠실 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당시 그는 메이저리그 역수출의 신화를 쓰며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4승을 거두는 등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25시즌 역시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과 합류를 반복하는 우여곡절 끝에 5승 1패, 평균자책점 3.09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자원이 한국행을 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리그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두산 구단이 100만 달러라는 외국인 선수 영입 상한선을 꽉 채워 그를 모셔온 이유다.
반면 한화로 돌아온 페라자의 서사는 사뭇 다르다. 페라자는 2024시즌 초반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대전의 아이돌로 떠올랐으나,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노출된 수비 불안과 선구안의 한계로 인해 결국 '실패한 카드'로 분류되며 짐을 쌌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도 그의 재영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사실상 한국 무대에서 쫓겨났던 그가 다시 기회를 얻은 것은 순전히 2025년 미국 트리플A에서의 무력시위 덕분이다. 그는 타율 .307, 19홈런이라는 성적으로 자신이 여전히 매력적인 거포 자원임을 증명했고, 한화는 한 번 더 그에게 거액의 계약서를 내밀며 '결자해지'의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논리는 여전히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발생하는 '리그 적응 리스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플렉센은 이미 KBO 타자들의 성향을 꿰뚫고 있으며, 페라자 또한 대전 구장의 분위기와 KBO 특유의 유인구 승부에 익숙하다. 특히 플렉센은 메이저리그에서 연마한 변칙적인 투구 폼과 스위퍼를 장착해 6년 전보다 더욱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라자 역시 한 차례 실패를 겪으며 한국 투수들의 집요한 몸쪽 승부에 대처하는 법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공은 선수들에게 넘어갔다. 14억 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은 누군가에게는 증명의 훈장이겠지만,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는 무거운 족쇄가 될 것이다. 플렉센은 자신이 왜 메이저리그 생존자였는지를 구위로 보여주어야 하며, 페라자는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특유의 불방망이로 잠재워야 한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과거의 영광이나 잠재력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벌이는 잔인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비로소 "격이 다르다"는 찬사를 독식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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