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승엽의 현재는 '애매함' 그 자체다. 2024년 타율 0.312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 보였지만, 2025년 타율 0.229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회귀하며 팬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1루수라는 포지션을 고려할 때,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기록한 9개의 홈런은 장타 생산 능력에 심각한 의문부호를 남긴다. 현대 야구에서 1루수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교한 컨택이 아닌, 상대 투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파괴력'이다. 그러나 나승엽의 배트는 여전히 가볍고, 타구는 담장 앞에서 힘을 잃기 일쑤였다.
이번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엔트리에서 롯데 선수가 전원 탈락한 사태는 나승엽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윤·고·나·황'으로 묶이며 리그를 씹어먹을 차세대 주역으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의 눈에 비친 그는 '국제 무대에서 통할 무기가 없는 타자'였다. 부드러운 스윙과 준수한 선구안은 리그 평균 이상의 지표일 순 있으나, 경기를 결정짓는 압도적인 '툴'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다.
김태형 감독 체제 아래서 '계산 서는 야구'를 원하는 롯데에 나승엽의 기복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찬스에서 위축되는 멘탈과 몸쪽 빠른 공에 속수무책인 대처 능력을 단기간에 극복하지 못한다면, 롯데는 결국 외부 FA 영입이나 포지션 파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제 나승엽에게 필요한 것은 '예쁜 스윙'이 아니라 실점으로 연결되는 '잔혹한 장타'다. 나승엽이 5억 원의 몸값에 걸맞은 증명을 해낼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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