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실력 차이는 참혹했다. 일본과의 조별리그 역전패, 대만에 당한 덜미는 물론, 도미니카의 강타선 앞에 무너진 마운드는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리그인 KBO로 눈을 돌리면 풍경은 딴판이다. 2026시즌을 앞두고 열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그야말로 '역대급 돈잔치'였다. 강백호가 100억 원대 계약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박찬호(80억), 박해민(65억) 등 주요 선수들의 몸값을 합치면 이번 시장 규모 역시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특히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체결한 11년 최대 307억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계약은 그 정점을 찍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야구계의 안일한 인식이다. 8강 진출이라는 성적표가 면죄부가 된 듯, 근본적인 육성 시스템 개편이나 리그 수준 제고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0-10 참패 이후 선수들이 관중석에 고개를 숙였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하는 투혼이다.
거품 낀 연봉과 처참한 성적 사이의 괴리가 깊어질수록 '천만 관중' 시대의 화려함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국내 리그의 흥행에 취해 변화를 거부한다면, 다음 대회에서 우리가 마주할 것은 '8강 진출의 기적'조차 없는 한국 야구의 몰락일지도 모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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