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폐쇄된 우물을 깨기 위한 여러 방안이 거론되지만, 뜯어보면 하나같이 임시방편일 뿐이다. '아시아 쿼터제'나 '외국인 선수 확대'는 분명 리그의 구속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이는 '안방에서의 훈련'일 뿐 국제대회라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 만나는 진짜 메이저리거들의 기세를 복제할 수는 없다. 국가대표 상설화나 윈터리그 파견 역시 마찬가지다. 잠시 빠른 공을 보고 돌아온들, 다시 140km 중반이 주류인 KBO로 복귀하면 뇌와 근육은 다시 느긋한 국내용으로 리셋되고 만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다. 우리 선수들이 직접 메이저리그(MLB)라는 거대한 생태계에 대거 진출하는 것뿐이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베네수엘라를 보라.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괴물 같은 저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자국 리그가 훌륭해서가 아니다. 수백 명의 선수가 MLB 시스템에 녹아들어 매일 최고들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160km의 강속구는 '눈에 익혀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매일 아침 먹는 식사와 같은 '일상'이다.
결국 KBO는 미국 진출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야 한다. 현재의 까다로운 포스팅 자격 연한이나 FA 규정에 묶여 선수들의 전성기를 국내에서만 소모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사례처럼, 구단이 허락하고 선수 본인이 원한다면 연차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김하성, 이정후 같은 자원들이 마이너리그부터 빅리그까지 수십 명 단위로 쏟아져 나가야 한다. 가서 깨지고 돌아오더라도, 그들이 몸소 겪은 '세계 표준'이 리그에 전파될 때 비로소 갈라파고스의 성벽은 무너진다. 우리가 그들을 불러올 수 없다면, 우리가 그들의 판으로 들어가 그들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제도적으로 전폭 지원하는 것, 그것이 이순철의 지론을 완성할 유일한 '어떻게'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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