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아섭의 2군행은 철저히 구단의 비즈니스 논리에 밀려난 결과다. 한화 이글스는 이번 비시즌 100억 원을 투자해 강백호를 영입하며 타선의 중심을 재편했다. 거액을 들인 '귀하신 몸' 강백호를 벤치에 앉힐 순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류현진의 복귀로 투수 엔트리가 필요해지자, 김경문 감독은 가장 먼저 '수비가 안 되는 1억 원짜리 베테랑' 손아섭을 삭제했다. 팀 내에 그가 앉을 의자가 물리적으로 사라진 셈이다.
김혜성의 상황은 더욱 기괴하다. 시범경기 타율 0.407를 기록한 타자를 내치고, 다저스는 1할대 타율의 유망주 알렉스 프리랜드를 선택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4할을 '운 좋은 스몰 샘플'이라 폄하하며, 그의 높은 삼진율과 스윙 메커니즘을 문제 삼았다. 안타를 몇 개 치느냐보다 다저스가 원하는 '눈 야구'와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데이터의 불신이다. 마이너리그 강등 후 5타수 5안타를 몰아쳐도 로버츠의 표정은 요지부동이다. 자신이 원하는 '다저스식 부품'으로 개조될 때까지 1군 자리는 없다는 냉정한 선언이다.
가장 잘 치는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을 때, 전설은 서산에서 방망이를 깎고 천재는 마이너리그 버스를 타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구단이 이들을 주전으로 쓸 계획이 없다면, 차라리 타격 보강이 절실한 다른 팀으로 길을 열어주는 것이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벤치에 쟁여두고 썩히기엔 이들이 가진 야구의 가치가 너무나 아깝다. 차라리 놔 주는 것이 모두를 위한 정답일지도 모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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