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전설 다니엘 산체스 경기 모습 [PBA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51206502709775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이 말의 영어 단어는 ‘frame’으로 본래 ‘틀’, ‘골조’, ‘구조물’이라는 뜻이다. 당구에서는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는 목재 구조와 쿠션 부분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했다. 일본은 서양 당구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이 단어를 “덴방(テンバン)” 등으로 표현했다. 덴방이라는 일본어는 ‘천판(天板, てんばん)’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이 단어는 ‘위’, ‘상부’을 의미하는 ‘천(天, 텐)’과 ‘판’, ‘면’을 의미하는 ‘판(板, 반)’의 합성어로 당구장 현장에서는 상단 레일이나 윗쿠션 방향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天’은 일본 ‘천황(天皇)’을 말할 때 쓰는 한자어로 ‘텐’이라고 읽는다.
한국 당구에서 ‘덴방’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까지 이어진 일본식 당구 용어의 잔재 때문이다. 한국의 당구 문화는 상당 기간 일본을 경유해 들어왔다. 당시 당구 기술서, 경기 방식, 용어 대부분이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텐방, 덴방, 덴빵 같은 변형이 동시에 살아남았다. 특히 한국어에서는 된소리화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텐방’이 덴방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덴빵은 다시 현장 발음 속에서 더 거칠게 변형된 사례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용어들이 단순 오염이 아니라 일종의 당구장 방언처럼 기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상틀 맞혀”, “윗쿠션 써”, “덴방 쳐” 등은 비슷한 뜻이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덴방에는 오래된 당구장의 공기, 담배 연기 자욱하던 시대, 선배가 후배에게 손등으로 큐 쥐는 법을 가르치던 문화가 묻어 있다. 기술 용어라기보다 생활 언어에 가깝다.
언어는 논리보다 습관으로 남는다. 당구는 유난히 세대의 감각이 오래 남는 스포츠다.
덴방이라는 한 단어 안에는 단순히 상틀을 뜻하는 의미 이상으로, 한국 당구 문화가 일본식 기술과 언어를 받아들이고 다시 자기 식으로 비틀어온 시간이 들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공만 굴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언어의 잔향까지 함께 굴리고 있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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