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대의 영어 단어는 ‘table’이다. 정식 명칭은 ‘billards table’이다. 일본에서는 당구대를 가리켜 ‘ビリヤード台(비리야도다이)’, 즉 당구대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뒤의 다이(台)만 한국 당구장 문화 속에 남은 것이다. (본 코너 1771회 ‘‘빌리어드(billiards)’를 왜 ‘당구’라고 부를까‘ 참조)
근대 당구 문화는 서양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에는 일본을 통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를 거치며 당구 기술과 용어도 자연스럽게 일본식 표현을 따라가게 된 것이다. 특히 과거 당구장은 스포츠 시설이라기보다 성인 남성들의 사교 공간에 가까웠고, 그 안에서 사용되던 은어와 일본식 표현이 오랫동안 굳어졌다. (본 코너 1778회 ‘당구에서 왜 영어 ‘object ball’을 ‘적구(的球)’라고 말할까‘, 1779회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참조)
하지만 현실 언어는 규정보다 습관이 더 강하다. 당구를 오래 친 사람들에게 다이는 단순한 일본어가 아니다. 그 안에는 당구장 특유의 공기, 세월, 문화가 함께 들어 있다. 마치 오래된 LP판의 잡음처럼,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생활의 흔적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당구대라고 해야 맞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이가 더 정겹다”고 말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이라는 한 단어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이 스며 있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스포츠 문화, 동네 당구장의 추억, 남성 중심 오락 문화, 그리고 세대 간 언어 습관까지. 흔히 말을 단순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언어는 시간을 저장하는 그릇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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