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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98] 왜 ‘포켓볼’이라 말할까

2026-05-29 06:13:32

 포켓볼을 즐기는 어르신들
포켓볼을 즐기는 어르신들
원래 당구는 크게 ‘캐롬(carom)’과 ‘포켓볼(pocket ball)’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사구, 삼구 같은 캐롬 당구가 중심 문화였다. 포켓이 없는 테이블에서 공끼리 맞히는 방식이다. (본 코너 1797회 ‘왜 ‘캐롬’이라고 말할까‘ 참조)

반면 포켓볼은 테이블 가장자리에 구멍이 있어 공을 넣는 게임이다. 서구권에서는 오히려 포켓볼이 더 대중적이지만, 한국에서는 한동안 ‘젊은층이 즐기는 새로운 게임’ 이미지가 강했다.

포켓볼의 어원은 영어 ‘pocket ball’ 또는 정확히는 ‘pocket billiards’에서 왔다. 여기서 핵심은 ‘주머니’, ‘구멍’을 의미하는 ‘pocket’이다. 당구대 가장자리에 공이 들어가는 구멍이 있는데, 영어권에서는 그 구멍을 포켓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공(ball)을 포켓에 넣는 방식의 당구를 pocket billiards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표현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포켓볼로 굳었다. 흥미로운 점은 영어권에서는 보통 ‘pool(풀)’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켓볼장을 ‘pool hall’, 포켓볼 선수를 ‘pool player’, 그리고 ‘포켓볼 치다’라는 말을 ‘play pool’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 원형인 pocket billiards의 일부가 남아 포켓볼이 대중화됐다. 일본식 외래어 문화의 영향도 있다는 해석이 있다. 일본에서도 ‘포켓 비리야드(ポケットビリヤード)’ 같은 표현을 사용했고, 이것이 한국에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이다.

한국에서 포켓볼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는 대체로 1990년대 초~중반으로 여겨진다. 특히 1993~1996년 사이에 대학가와 압구정 문화, 신세대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포켓볼이라는 표현이 폭발적으로 퍼졌다는 평가가 많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91년 12월6일자 ‘당구의 진수 서울서 맛본다’ 기사는 ‘포켓볼,스누커,캐롬등세가지 방식으로 치러지는당구는 지역마다 특성이있어 미국등 유럽계통은나인볼—로테이션을 주로하는 포켓볼이 주종이며,영연방계통에서는 스누커가인기다.신사스포츠로 불리는 당구는 국내에서는단순오락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벨기에의 경우 왕립빌리어드 대학이 생길정도로 인정받는 스포츠다’고 전했다. (본 코너 1796회 ‘벨기에는 어떻게 '당구 강국'이 됐을까’ 참조)

포켓볼은 형형색색의 공과 빠른 진행, 비교적 쉬운 규칙은 초보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특히 포켓에 공을 넣는 모습 때문에 단어 자체가 당구 문화 전체를 상징하게 됐다. 당구 애호가 입장에서는 “포켓볼은 포켓볼이고, 당구는 당구”라고 구분할 수 있다.

포켓볼이라는 말이 살아남은 이유는 단순하다. 발음하기 쉽고, 장면이 바로 떠오르며, 무엇보다 한국 대중문화 속 청춘의 한 시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게임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분위기와 기억까지 함께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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