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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4] 왜 바둑에서 ‘선수(先手)를 치다’라고 말할까

2026-07-05 06:36:35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4] 왜 바둑에서 ‘선수(先手)를 치다’라고 말할까
‘선수(先手)를 치다’라는 말은 먼저 행동하여 주도권을 잡다는 뜻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선수를 빼앗겼다" "상대가 먼저 선수를 쳤다" 등으로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선수를 치다'의 어원은 바둑의 '선수(先手)'에서 비롯됐다.

선수는 한자 그대로는 '먼저 손을 쓴다'는 뜻이다. 바둑에서는 단순히 먼저 두는 이 아니라 상대가 반드시 응수해야 하는 수, 즉 주도권을 쥔 상태를 의미한다. 내가 둔 수에 상대가 응답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상대는 자신의 계획을 미루고 먼저 대응해야 한다. 이런 상태를 선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선수를 두다'가 아니라 '선수를 치다'라고 할까? 이는 '치다'라는 우리말 동사의 의미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말에서 치다는 단순히 때린다는 뜻만 갖고 있지 않다. ‘한 방 치다’ ‘허를 찌르다(옛 표현에서는 '치다'와도 연결)’처럼 상대에게 먼저 영향을 미치는 행동, 결정적인 행동을 가하다는 의미로도 널리 쓰여 왔다. 바둑에서도 선수는 상대에게 응수를 강요하는 적극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선수를 친다'는 것은 단순히 먼저 돌을 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수를 둔다는 뜻이 된다.
국어학적으로 확인되는 점은 선수(先手)의 어원은 분명히 바둑이지만, '선수를 치다'라는 표현이 정확히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를 보여 주는 문헌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선수를 치다는 바둑의 '선수' 개념이 우리말 동사 '치다'와 결합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용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둑에서는 오히려 '선수다', '선수를 잡다', '선수로 끝내다'와 같은 표현이 더 전통적이다. 반면 '선수를 치다'는 바둑 용어가 일상어로 확장되면서 더욱 널리 쓰이게 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바둑에서 선수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먼저 두었다고 모두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무시하고 자기 수를 둘 수 있다면 그것은 선수라고 할 수 없다. 진짜 선수는 상대가 외면할 수 없는 수다.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응답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선수의 본질이다.

이 개념은 바둑판을 넘어 사회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내놓는 것보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기술을 확보하려 애쓴다. 외교에서는 상대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을 내놓는 것이 선수다.
인간관계 역시 다르지 않다. 감정적인 말 한마디는 상대의 반격을 부를 뿐이다. 그러나 상대가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진심 어린 사과나 배려는 대화의 주도권을 바꾼다. 강한 목소리보다 적절한 한마디가 더 큰 선수가 되는 이유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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