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델은 공을 치는 라켓 스포츠인데 테니스 같으면서도 스쿼시 같고,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종목이다.
파델은 영어로 ‘paddle’이라고 표기한다. 국제적인 표기는 스페인어식 ‘pádel’, 영어로는 ‘padel’이다. 하지만 이 종목의 출발점에서 불렸던 이름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 이 새로운 스포츠는 ‘Paddle Corcuera’라고 불렸다. 코르쿠에라의 이름과 함께 ‘paddle’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다. 코르쿠에라의 아들 엔리케 코르쿠에라 주니어의 증언에도 초기 명칭이 ‘Paddle Corcuera’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영어 ‘paddle’은 원래 노처럼 생긴짧고 넓적한 도구 또는 그것으로 젓거나 치는 동작을 뜻한다. 라켓보다 작고 단순한 판 형태의 장비를 사용하는 여러 스포츠에서 이 단어가 이름으로 쓰였다.
즉, 파델이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아주 독창적인 신조어였던 것이 아니다. ‘작은 판 모양의 도구로 공을 치는 스포츠’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한 이름에 가까웠다.
영어 paddle이 스페인어권으로 들어가면서 지금의 ‘pádel’이라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70년대부터 파델은 스페인으로 전해졌고, 이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국제파델연맹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아카풀코에서 코르쿠에라의 스포츠를 접한 알폰소 데 오엔로에 왕자가 스페인 마르베야에 코트를 만들면서 스페인 보급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
따라서 한국에서 흔히 보는 파델이라는 표기는 영어를 그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정착된 스페인어 pádel에서 온 말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사실 파델의 탄생을 이해하려면 이름보다 코트를 먼저 봐야 한다.
코르쿠에라는 테니스 코트를 그대로 축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간적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코트 주변에 벽을 만들었다. 국제파델연맹에 따르면 그가 1969년 만든 코트는 20×10m 크기였고 약 3m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여기에서 오늘날 파델의 가장 독특한 규칙이 탄생했다. 벽이 장애물이 아니라 경기의 일부가 된 것이다. 테니스에서는 공이 네트를 넘어 상대 코트 안에 떨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반면 파델에서는 벽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다시 칠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의 랠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길어지고, 선수들은 공의 속도뿐 아니라 벽의 각도와 반사 방향까지 계산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공식 소개도 파델의 가장 독특한 특징으로 유리와 철망으로 둘러싸인 코트와 벽을 맞고도 계속 살아 있는 공을 꼽는다.
결국 파델의 정체성은 ‘라켓’보다 ‘공간’에 있다.
작은 코트, 벽, 짧은 라켓 그리고 그 벽을 이용한 랠리. 결국 파델이라는 이름은 스포츠의 세계화를 보여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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