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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52] 아이스하키에서 왜 ‘퍽(puck)’이라고 말할까

2026-10-31 06:57:52

 아이스하키 경기 중 퍽을 몰며 공격하는 모습
아이스하키 경기 중 퍽을 몰며 공격하는 모습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선수들은 작은 원반을 쫓아 빙판 위를 질주하고, 관중은 그것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환호한다. 작은 원반은 ‘퍽(puck)’이라고 부른다. 영어 ‘puck’를 우리말로 소리 나는 대로 옮겨 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 퍽이 등장한 시점은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였던 그해 1월, 일본 도쿄제국대학 아이스하키팀이 서울에서 시범경기를 열면서 아이스하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다만 퍽의 최초 사용 시점이나 국내 반입 경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puck 어원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아일랜드의 전통 구기 종목 헐링(hurling), 그리고 그 경기에서 공을 치는 동작을 가리키던 말이다. 다만 어원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의 전통 스포츠인 헐링은 나무로 만든 스틱으로 단단한 공을 쳐서 상대 진영으로 보내는 경기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틱은 ‘헐리(hurley)’, 공은 ‘슬리터(sliotar)’라고 부른다. 빠른 속도로 공을 치고 달리는 경기 방식에서 아이스하키와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일랜드어 ‘poc’은 헐링에서 공을 치는 동작이나 타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이 아일랜드 영어 동사 puck, 즉 ‘치다’ 또는 ‘때리다’라는 뜻으로 이어졌고, 다시 그 동작의 대상인 원반을 가리키는 명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유력한 설명이다. 쉽게 말해, ‘치는 동작’을 가리키던 말이 ‘치는 물건’의 이름으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다.

이런 의미의 이동은 언어에서 드물지 않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 동작의 이름이 그 도구나 대상의 이름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퍽이라는 단어 역시 스포츠의 동작과 장비가 긴밀하게 연결된 환경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아일랜드의 단어가 어떻게 캐나다 아이스하키의 핵심 용어가 되었을까?

아이스하키의 초기 역사는 캐나다의 이민 역사와 맞물려 있다. 캐나다에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들이 정착했고, 이들은 각자의 전통적인 구기 문화도 함께 가져왔다. 특히 헐링이나 스코틀랜드의 ‘신티(shinty)’처럼 스틱으로 공을 다루는 경기들은 북미에서 발전한 하키의 역사와 연결해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은 poc에서 puck으로 이어지는 어원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꼽힌다. 다만 퍽이라는 말이 어떤 경로로,누구에 의해 처음 아이스하키에 사용됐는지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문헌에 등장하는 시점도 흥미롭다. 캐나다 영어 사전에 따르면 1886년의 하키 경기 기록에서 puck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사례를 소개한다. 이후 이 단어는 단순한 경기 용어를 넘어 캐나다 하키 문화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영어 단어 puck에는 또 다른 유명한 의미가 있다. 바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요정 퍼크다. 상대를 골탕 먹이고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인물이다.

하키의 퍽도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고, 골문 앞에서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두 단어가 어딘가 연결되어 있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어원 사전들은 하키 장비인 puck과 요정을 뜻하는 puck을 서로 다른 어원을 가진 단어로 구분한다. 하키 퍽이 요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상상일 수는 있어도, 역사적으로 뒷받침되는 설명은 아니다.

오늘날의 퍽은 단단한 검은색 고무 원반이다. 규격화된 장비이자 경기의 중심이고,선수들의 판단과 기술이 집중되는 대상이다. 그러나 그 이름의 기원을 따라가면 우리는 현대 스포츠 장비의 세계를 넘어 아일랜드의 전통 경기와 이민의 역사, 그리고 단어가 의미를 바꾸며 살아남는 과정을 만나게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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