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은범은 7일 경기가 기운 후반 등판해 2이닝 2실점한 뒤 제외됐다. 워낙 임기영과 비교가 돼 마음고생이 심할 것을 코치진이 염려한 까닭이다.
2014시즌 뒤 송은범은 4년 34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군 복무 중이던 임기영이 보상 선수로 KIA로 옮겨갔다. 연봉 3100만 원인 임기영은 올해 벌써 7승(2패)을 따냈고, 평균자책점(ERA) 1.82를 기록 중이다. 송은범은 2015년부터 3시즌 동안 4승24패 1세이브 2홀드에 6점대 후반 ERA에 그쳤다.
하지만 모든 FA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송은범을 비롯해 실패 사례도 적잖다. 더욱이 FA 영입은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까닭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임기영처럼 비수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 현재를 위해 자칫 팀의 미래인 유망주들을 내줄 수 있다.

29살 동갑내기들이다. 7일 경기에서는 정진호가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을 포함해 5안타 2타점 3득점 맹활약으로 9-7 승리를 이끌었고, 8일에는 김재환이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로 4-3 짜릿한 승리를 견인했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도 사실 2년 전만 해도 주전이 아니었다. 2008년 입단해 역시 2군에 주로 머물렀다. 2군 시절 금지약물 복용 적발이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김재환은 지난해 김현수(볼티모어)가 미국에 진출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으로 주전을 꿰찼고, 당당히 우승팀의 4번 타자로 우뚝 섰다.
8일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뒤 김재환은 정진호 등 백업 선수들을 위해 묵직한 조언을 건넸다. "2군 출신 4번 타자로 해줄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일단 김재환은 "두산은 특유의 문화라 할까 정말 열심히 해서 잘 하면 기회는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2군에 있으면서 1군에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기가 죽을 필요 없다"면서 "준비만 잘 한다면 기회는 분명히 온다"고 강조했다. "내가 정말 절실하게 느낀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두산은 앞서 언급한 김현수, 박건우도 힘든 2군 생활을 거치고 올라온 선수들이다. 김현수는 2006년 신고 선수로 입단해 신화를 썼고, 박건우는 2009년 입단 뒤 2015년까지 1, 2군을 오르내렸다. 김현수가 떠난 뒤인 지난해 역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으로 도약했다.

송은범과 함께 한화로 온 FA 배영수는 3년 21억5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4승11패 1홀드 ERA 7.04에 그친 뒤 지난해는 부상과 재활로 1군 등판이 없었다. 올해에야 5승3패 ERA 5.05를 거두고 있지만 연봉 5억5000만 원을 감안하면 아직 부족하다. 지난해 4년 84억 원에 영입한 정우람도 2016년 16세이브(8승5패)로 1위(36세이브) 김세현(넥센)과 20개 차였다. 블론세이브는 7개로 전체 2위. 물론 김 전 감독의 무리한 투수 운용의 탓도 없진 않지만 성에는 차지 않은 성적이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뒤 시행착오 끝에 팀의 방향을 다시 잡았다. SK, 두산 2군 감독과 NC 육성이사를 거친 박종훈 단장을 영입해 장기적인 플랜을 짰다. 박 단장은 취임 뒤 언론사를 방문해 인사를 하면서 "앞으로 한화 구단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비록 다소 늦었지만 한화의 비전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다. 8일 한화는 이재우(37)를 웨이버 공시하고 강승현을 등록했다. 이재우 역시 김 전 감독 시절 영입한 선수. 그러나 지난해 15경기 1패, ERA 6.04에 그쳤고 올해는 1군 등판이 없었다.
두산뿐만이 아니다. SK 한동민과 삼성 김헌곤 등 오랜 2군 생활을 거쳐 비로소 빛을 보고 있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최고 타자 최형우 역시 삼성에서 한때 방출돼 다시 육성된 선수였다.
지금이라도 육성의 기틀을 위한 작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화. 김성근 감독은 명장이었지만 지도자 생활의 마지막에 무리한 욕심이 앞섰다. 씀씀이와 소모가 유난히 컸던 김 전 감독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한화의 지난한 작업이 막 시작됐다. 김재환의 말처럼 "준비를 잘 하면 분명히 기회가 오는" 팀이 되면 비로소 한화의 장기적인 플랜도 완성 단계가 될 테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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