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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69] 북한 배구에선 왜 ‘오버타임’을 ‘네번치기’라고 말할까

2026-01-19 06:17:27

 2023년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 경축 남자배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 경축 남자배구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버타임’이라는 단어는 오래전부터 외래어로 쓰는 말이다. 이 말은 시간 초과라는 뜻인 영어 ‘over time’을 음차한 것이다. 배구·농구 등의 구기 종목에서 규정 횟수 또는 규정 시간 이상 공을 만지는 반칙이라는 의미이다. 오버타임은 원래 스포츠 용어가 아닌, 노동·시간 관리에서 출발한 말이다. 19세기 영국·미국 산업사회에서 법정·관행상의 근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일하는 시간을 의미했다. 20세기 초, 정해진 시간 규칙이 있는 스포츠 경기서 제 시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을 때 필요한 용어로 노동 개념에서 쓰던 오버타임이라는 말을 차용했다.
배구에서 오버타임이 등장한 것은 1895년 윌리엄 모건이 배구를 창안이후 한참 지나서였다. 초창기에는 볼을 터치하는 수를 제한하지 않고 볼이 바닥에 떨어지면 아웃으로 인정해 실점이나 사이드아웃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1916년 미국이 식민 지배하던 필리핀에서 세트 기술과 스파이크가 개발되고 규칙이 점차 전문화,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오버타임 규칙은 1920년 만들어졌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2000년대 들어 오버타임을 ‘포히트(four hit)’로 바꾸었다. 시간을 초과한다는 의미의 오버타임보다 구체적으로 4번 히트를 명시하는 것이 좀 더 분명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본 코너 515회 ‘오버타임(Over Time) 대신 포히트(Four Hits)라고 말하는 까닭’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오버타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30년 11월23일자 ‘정정(政正)된농구규칙(籠球規則) (이(二))’ 기사는 ‘여차(如此)한 연령(年齡)인 경투자(競投者)의 께임에는 가급적 삼회이상(可及的三回以上)의 오버타임을 하지말자는 의미(意味)임 제이회급제삼회연장전(第二回及第三回延長戰)사이에는 일분간(一分間)의 휴게(休憩)를 여(與)함 (차(此)는 다만 위원(委員)이 추천(推薦)한방법(方法)이다)(주(注))차(此)에 관(關)하야 질의응답 제사십구항(質疑應答第四十九項)을참조(參照)하면 아래와여(如)함’이라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농구에서 오버타임이라는 외래어가 어떻게 이해·번역됐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료이다. 이때 오버타임은 연장전이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청소년 경기에서는 과도한 연장전은 피하라는 선수 보호 가이드라인에 해당한다.

북한 배구에선 오버타임을 ‘네번치기’라고 말한다. 배구 규칙에서 한 팀이 공을 칠 수 있는 횟수는 최대 세 번이다. 리시브, 토스, 공격. 이 세 번 안에 공을 넘기지 못하면 반칙이 된다. 다시 말해 ‘네 번째 터치’는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북한의 네번치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본 코너 477회 ‘배구는 왜 '쓰리히트(Three Hits)' 규칙을 적용할까’ 참조)
네번치기는 단순한 언어 선택이 아니다. 북한 스포츠 용어의 공통된 특징은 외래어를 배제하고, 추상 개념보다 행위와 규칙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데 있다. 오버타임은 말 그대로 ‘시간을 초과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네번치기는 시간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린다. 경기의 본질을 시계가 아니라 규칙에 두는 관점이다. 이 말은 경기의 기능과 규칙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명명법이다. 선수와 관중이 단어를 듣는 순간, 무엇을 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즉시 이해하도록 만든 언어다.

이런 언어관은 다른 종목에서도 반복된다. 북한 농구에서 리바운드는 ‘판공잡기’이고, 어시스트는 ‘득점련락’이다. 파울은 ‘개인선수반칙’, 트래블링은 ‘걸음규칙위반’이다. 모두 영어를 우리말로 바꿨다는 차원을 넘어, 경기의 기능과 규칙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명명법이다. (본 코너 1652회 ‘북한 농구에선 왜 ‘어시스트를 ’득점련락‘이라 말할까’, 1653회 ‘북한 농구에선 왜 '리바운드'를 '판공잡기'라고 말할까’, 1654회 ‘북한 농구에선 왜 ‘트래블링’을 ‘걸음반칙’이라 말할까‘, 1659회 ‘북한 농구에선 왜 ‘파울’을 ‘개별선수반칙’이라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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