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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64] 북한 농구에선 왜 ‘감점제’를 할까

2026-01-14 05:47:01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친선여자농구 경기 모습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친선여자농구 경기 모습
농구는 본래 ‘더하기’ 경기이다. 슛이 들어갈 때마다 점수가 쌓인다. 누적된 점수로 승패가 갈린다. 하지만 북한 농구서는 이 농구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규칙을 적용한다. 바로 ‘감점제(減點制)’다. 잘못하면 점수가 줄어드는 감점제라는 단어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한자어 ‘감점(減點)’과 제도 접미 ‘제(制)’가 결합된 근대 행정·평가 용어에서 나온 표현이다. 다만 북한에서는 이 말이 특정한 사상적 의미를 덧입으며 독자적으로 굳어졌다.

북한 농구에서 자유투를 실패하면 1점 감점을 당한다. 반칙이 인정되면 상대편 선수에게 자유투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자유투를 실패하면 1점이 감점된다. 우리나라나 국제 규칙에는 없는 자기들만의 룰이다.

예전 북한 사람들은 농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된다고 정부가 앞장서서 농구붐을 일으켰다. 더욱 재미있게 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감점제 등을 만들었다. 북한 농구의 규칙대로 경기를 하면 승부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고,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북한 농구에서 감점제는 단순한 경기 규칙이 아니다. 이는 농구를 바라보는 체제의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북한 농구는 집단의 규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감산의 스포츠에 가깝다. 득점은 개인이 올릴 수 있지만, 감점은 팀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개인의 실수는 곧 집단의 손실이 된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분명하다. 선수들은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게 되고, 무리한 개인 플레이보다 안정성과 복종을 택한다. 화려한 돌파나 쇼맨십은 환영받지 못한다. 대신 실수하지 않는 플레이, 튀지 않는 선택이 미덕이 된다. 북한 농구가 지향하는 것은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문제 없는 선수’다.

이는 북한 사회 전반의 논리와 닮아 있다. 북한에서 스포츠는 오락이나 산업이 아니라 교육과 규율의 도구다. 경기장은 단순한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집단주의 윤리가 반복 학습되는 장소다. 감점제는 이런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잘못된 행동은 즉각 공동체의 손해로 돌아온다.” 교실과 군대, 직장 조직에서 반복되는 논리가 농구 코트 위에서도 재현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북한이 국제 규칙을 절대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농구에는 감점제뿐 아니라 8점슛, 독특한 용어 체계 등 국제 농구와 다른 요소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는 고립의 결과라기보다, 스포츠마저 ‘우리식’으로 재구성하려는 의지에 가깝다. 농구 역시 이념과 문화의 틀 안에서 재해석되는 대상인 셈이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1662회 ‘북한 농구에선 왜 ‘8점슛‘을 적용할까’ 참조)

감점제가 만드는 경기 분위기도 다르다. 득점 위주의 농구가 흥분과 스타를 만들어낸다면, 감점 농구는 긴장과 자기 검열을 강화한다. 선수는 항상 “이 행동이 팀에 손해가 되지는 않는가”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농구의 본질인 자유로운 신체 표현보다, 통제와 질서가 앞선다.
결국 북한 농구의 감점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체제의 가치관을 점수판에 옮겨 놓은 제도다. 북한 농구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이 넣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가”다. 점수는 실력의 합계이면서 동시에 규율의 잣대다. 북한의 코트 위에서 점수판은 단순한 기록기가 아니다. 그것은 집단주의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태도를 계산하는, 또 하나의 이념적 장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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