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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62] 북한 농구에선 왜 ‘8점슛‘을 적용할까

2026-01-12 05:32:04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여자 경기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 여자 경기
북한 농구는 한 번의 슛으로 8점을 얻는 독특한 제도를 국내에서만 적용한다. 북한은 방송이나 선전용 장면 등으로 통해 “단번에 8점을 따내는 우리 선수”, “열세를 뒤집는 주체농구”라는 표현을 한다. 8점슛은 경기 종료 2초 전에 슛이 들어가면 성립된다. 극적인 버저 비터의 확률을 높이려는 의도인 듯하다.

버저비터는 영어 ‘buzzer beater’를 발음대로 표기한 말이다. 원래 버저(Buzzer)는 소리를 내게 하는 신호장치를 말하며 비터(Beater)는 두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두 단어를 합치면 버저를 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버저라는 말은 야구에서 먼저 사용했다.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1918년 버저는 강속구의 의미로 처음 쓰였다. 보스턴 헤럴드 앤 저널지 버트 휘트맨 기자가 쓴 기사에서 ‘짐 보그의 빠른 버저는 강풍같아서 타자가 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매리업 웹스터 인터넷 사전에 의하면 농구에서 버저비터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65년이었다. 아마도 현재와 같은 버저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 코너 418회 ‘왜 버저비터(Buzzer Beater)라 말할까’ 참조)

북한에서 8점슛을 적용하는 이유는 경기의 공정성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기보다는 체제의 사고방식을 압축해 보여주려하기 위함이다. 북한은 스포츠에서 국제 표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우리식’ 규칙을 통해 독자성을 강조해왔다. 야구의 용어 순화, 농구의 득점·파울·기술 용어 변경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농구 8점슛도 이런 일환으로 시행한다. 이는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우리는 남과 다르고, 세계와도 다르다”는 메시지를 담은 주체체제 정체성 선언에 가깝다. (본 코너 1551회 ‘북한에선 왜 ‘스포츠’ 대신 ‘체육’이라는 말을 많이 쓸까‘, 1575회 ’북한에선 왜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호준을 ‘주체사격의 시조’라고 말할까‘ 참조)
8점슛 규칙은 정치적 언어와도 닮아 있다. 북한 담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결정적 조치’, ‘단호한 대응’, ‘일거에 국면을 전환한다’는 식이다. 점수를 차곡차곡 쌓는 농구의 논리보다, 위기를 한 번의 결단으로 넘는 서사가 반복된다. 코트 위의 8점슛은 그 정치적 사고를 시각화한 장면이다.

흥행과 선전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점수 차가 벌어져도 8점슛 하나면 경기는 다시 살아난다. 관중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중계 화면에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열세를 단숨에 뒤집는 우리 선수”라는 서사는 스포츠 보도이자 체제 선전물로 손색이 없다. 규칙은 곧 연출 장치가 된다.

전술적으로 보면 8점슛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공격 리듬을 깨뜨리고, 선수들의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무이다. 국제무대에서 통할 가능성도 없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는 실용적 규칙이 아니라, ‘우리식 농구’라는 차별성을 각인시키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선언이자, 독자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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