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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59] 북한 농구에선 왜 ‘파울’을 ‘개별선수반칙’이라 말할까

2026-01-09 06:05:47

2018년 남북한 친선여자농구 경기 모습
2018년 남북한 친선여자농구 경기 모습
외래어 ‘파울’은 영어 ‘foul’을 소리나는대로 옮긴 말이다. 규칙 위반, 반칙이라는 뜻이다. foul이라는 말은 원래 안 좋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용어사전 위키너리에 따르면 고대 게르만어 ‘fulaz’가 어원이다. 고대 영어 ‘’ful’을 거쳐 중세 영어부터 현재와 같은 단어로 정착했다.

미국 야구에서 먼저 파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1845년 야구 창시자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가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닉커보커스를 창단하고 니커보커 규칙을 만들 때부터 등장했다. 파울이라는 말은 타자가 친 공이 경기장 내외야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본 코너 435회 ‘파울(Foul)과 바이얼레이션(Violation)은 어떻게 다른가’ , 1640회 ‘북한 야구에서 왜 '파울'을 '경외공'이라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야구, 농구 등에서 파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5년 12월21일자 ‘일부변경(一部變更)된 농구규칙(籠球規則)’ 기사는 ‘삼(三)·제팔장오조중(第八章五條中)과 기타조목중(其他條目中) 쩜프뽈을 할때에 수(手)를 배부세요(背部細腰) 중앙(中央)에 착(着)하라는규칙(規則)은 폐지(廢止)함. 전착경기자(前着竸技者)가 뽈을 치기전(前)에『써클』을 이(離)할 시(時)는『T』파울을 선고(宣告)함. 신조목(新條目)을 규칙제십오장(規則第十五章)B하(下)에 가입(加入)함(차(此)는 양경기자간(兩竸技者間)에 뿔을 투상(投上)할 때 엇더한방법(方法)으로든 지적편(敵便)을 방해(妨害)할 때는『퍼손낼 파울이다)’고 전했다. 당시 한자·가타카나·영어가 뒤섞인 이 기사에서 ‘테크니컬 파울’과 ‘퍼스널 파울’에 대한 규칙을 설명했다.
북한 스포츠는 파울에 대해 야구에선 ‘경외공(境外球)’, 농구에선 ‘개별선수반칙’이라 말한다. 경외공은 문자 그대로 경계 밖으로 나간 공이다. 개별선수반칙은 규칙 위반 행위라는 뜻인 ‘반칙’과 ‘개별선수’의 결합어이다. 추상적인 의미인 파울보다 개별선수반칙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북한은 스포츠 용어에서도 영어식 음역을 꺼리고, 행위의 성격을 설명하는 번역어를 선호한다. 개별선수반칙은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체제에서 오히려 개인 책임이 더욱 또렷하다. ‘팀 파울’처럼 흐려질 수 있는 표현 대신 ‘개별선수반칙’이라 명명함으로써, 규율을 어긴 책임은 집단이 아닌 개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집단은 단결해야 하지만, 규칙을 깨뜨린 행위까지 함께 감싸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다.

북한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체육은 교양과 규율 교육의 수단이다. 그런 맥락에서 개별선수반칙은 중계용 언어이자 지도용 언어다. 이 표현은 관중과 선수 모두에게 “지금 규칙을 어긴 사람이 누구인가”를 즉각적으로 각인시킨다. 파울이 경기 흐름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차단하고, 규칙 위반이라는 도덕적 판단을 앞세운다.

이러한 사고는 다른 농구 용어에서도 반복된다. 리바운드는 ‘판공잡기’, 어시스트는 ‘득점련락’, 자유투는 ‘벌넣기’다. 기술이나 상황을 멋있게 부르는 대신, 행위의 결과와 의미를 드러내는 설명형 언어를 쓴다. 개별선수반칙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본 코너 1647회 ‘북한 농구에서 ‘자유투’를 왜 ‘벌넣기’라고 말할까‘, 1652회 ’북한 농구에선 왜 ‘어시스트를 ’득점련락‘이라 말할까’, 1653회 ‘북한 농구에선 왜 '리바운드'를 '판공잡기'라고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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